의왕 오전왕곡·서초 서리풀 주민·부동산업계 '기대 만발'
고양 대곡·의정부 용현지구도 "베드타운서 자족도시로 탈바꿈"
(서울=연합뉴스) 김도윤 노승혁 정수연 최종호 기자 = "여기서 버스 타면 서울 사당까지 16분밖에 걸리지 않는데도 다른 지역에 비해 땅이나 아파트값이 많이 저평가돼 속상했는데 이제 웃을 수 있겠네요."
5일 경기도 의왕시 오전동 주민 임숙연 씨가 이날 정부의 수도권 신규택지 발표에 대한 소감을 묻는 말에 들뜬 목소리로 이같이 답했다.
오전동이 포함된 의왕 오전왕곡지구 187만㎡는 신규택지 후보지로 지정됐다. 2031년 첫 입주를 목표로 1만4천 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오전왕곡지구는 의왕시의 중심부에 위치했지만 모락산, 백운산과 인접해 녹지가 많아 대부분의 지역이 1971년 12월 29일부터 53년 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여왔다.
국토교통부는 "지구 내 친수공간이 풍부해 정주환경이 우수하고 인접한 과천지식정보타운 등과 연계한 의료·바이오 산업유치에 유리해 자족 기능 확보를 통한 수도권 남부의 새로운 직주근접 생활공간 조성이 전망된다"며 이 지역 그린벨트를 해제해 신규택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의왕시와 주민, 부동산업계는 기대감에 부푼 모습이다.
김성제 의왕시장은 "이 지역 개발을 공약했는데 여러 이유로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며 "이제 오전왕곡지구가 개발되면 그동안 3개로 나뉘었던 생활권을 연계해 철도광역체계 등 시 전체를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일부에서 자연환경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방치된 지역을 잘 정비해서 친환경적으로 개발하면 오히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지역으로 만들 수 있다"며 "의왕에는 백운밸리, 숲속마을, 청계지구 등 그런 전례가 있어서 자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오전동 주민은 "20년째 이곳에서 살고 있는데 그동안 많은 개발 얘기가 나와서 언젠가 개발되겠지 했지만 막상 발표가 나니 예상했던 것보다 좋다"며 반겼고, 내년 의왕시로 이사하는 왕모 씨는 "의왕이 위치가 좋아서 이사를 결정했는데 개발된다니 선택을 잘한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오전동에서 8년째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신모 씨는 "기본적으로 숲세권인데 의왕IC가 바로 옆이어서 접근성까지 좋아서 사업성이 좋다"며 "인동선(인덕원∼동탄)이 개통되면 더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른 공인중개사는 "오전동은 그래도 아파트가 좀 있는데 왕곡동은 대부분이 그린벨트여서 개발이 되지 않았는데 이제 왕곡동을 찾는 손님들이 많이 올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신규택지 후보지 중 가장 많은 2만 가구가 예정된 서울시 서초구 서리풀지구도 기대감으로 들썩였다.
이날 이곳은 초록빛 농지에 자재 창고와 비닐하우스가 듬성듬성 들어선 평소와 같은 한산한 모습이었지만 주민들은 개발 소식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이 지역에 그린벨트로 묶인 임야를 소유한 A 씨는 "어느 지역이 풀린다는 소문만 무성했는데 어안이 벙벙하다"며 "기대감은 있었는데 지금도 정말 풀리는 게 맞나 싶다"고 했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박모(83) 씨는 "정부가 그린벨트를 푼다는 소문만 들리고 정작 풀리지는 않던 일이 오랜 시간 반복돼왔다"며 "앞으로 실제 개발이 된다면 동네가 발전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무소들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한 공인중개사는 "그린벨트 해제는 희소식이지만 지하철역과도 거리가 있고 교통 인프라가 좋아지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주변 지역 집값에 큰 영향은 없을 것 같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고양 대곡역세권(9천 가구)과 의정부 용현지구(7천 가구)도 기대감에 부풀었다.
대곡역은 현재 지하철 3호선, 경의·중앙선, 서해선이 지나는 트리플 역세권이지만 현재 이곳은 모두 논밭이다. 가장 가까운 아파트는 덕양구 쪽으로 1㎞, 일산동구 쪽으로 2㎞가량 가야 한다.
고양시민 허모(48) 씨는 "십수 년 동안 발전이 더뎠던 대곡역세권이 이제야 개발된다니 환영할 일"이라며 "일산의 오명인 베드타운이 아닌 실질적인 자족단지가 하루빨리 조성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덕양구 화정동 한 공인중개사는 "고양시 재정이 여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정부 발표로 지역에 건설경기 활성화와 복합환승센터, 자족특화단지 조성이 곧 이뤄질 것 같아 다행"이라고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의정부 용현지구는 의정부의 옛 306보충대와 인근 군부대를 포함한 용현·신곡동 일대로 306보충대 해체 후 활기를 잃어 상권이 침체했지만,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변모하게 됐다.
주민 박모(56) 씨는 "306보충대는 10년째 잡풀만 무성한 흉물로 방치됐고 개발 발목을 잡았다"며 "국책사업으로 용현동 일대가 다시 활력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김동근 의정부시장은 이날 발표를 환영하면서도 "국책사업으로 진행되지만, 삶의 터전을 잃을 수도 있는 기존 주민들의 불안과 불만을 세심히 살펴야 한다"며 "지구 내 일부에 기업 유치 등 자족 기능을 갖출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도록 관계 기관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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