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기본급 인상…노조 "작년보다 많아야" vs 사측 "임금 총액 봐야"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난항을 겪고 있는 HD현대중공업 노사의 현장 충돌로 최소 30여 명이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다.
교섭 핵심인 임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현장 대립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5일 HD현대중공업 노사와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회사 측은 노조 간부와 조합원 등 20여 명을 특수상해, 재물손괴, 건조물 침입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노조는 회사 측 경비대원 등 10여 명을 폭행, 공동상해 등의 혐의로 역시 고소 또는 고발한 상태다.
이들 모두 파업 상황에서 벌어진 현장 폭력 사태에 연관됐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 교섭 난항으로 지난 8월 28일 첫 부분 파업에 돌입한 이후 5일 현재까지 총 23차례 부분 파업을 벌였다.
파업 과정에서 수시로 노사가 대립했다.
건물로 진입하려는 조합원들을 시설 훼손을 우려한 사측 경비대원들이 막아서면서 크고 작은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지난달 10일에는 울산 본사 조선소 안에 천막을 치려는 노조와 이를 걷어내려는 경비대원들이 서로 맞붙으면서 10여 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장에선 경비대원이 뾰족한 공구에 찔려 다쳤다는 진술도 나왔다.
노사 양측에서 코뼈 골절, 손가락 부상 등을 호소하면서 '네 탓'을 주장하며 고소·고발전을 벌이고 있다.
이미 30여 명이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할 상황이지만, 노사 모두 추가 고소를 검토 중이다.
결국, 노사가 올해 교섭에서 전환점을 찾지 못해 파업이 길어지면 현장 갈등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
노사는 올해 6월 4일 상견례 이후 최근까지 총 29차례 교섭했으나 별다른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핵심은 임금 인상 규모다.
회사는 지난 9월 25일 2차 제시안으로, 기본급 12만2천5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과 격려금 400만원+상품권 30만원, 중대재해 미발생 성과금 신설 등을 테이블에 올렸으나 노조는 거부했다.
노조는 무엇보다 기본급 인상 폭이 지난해(12만7천원)보다 커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조선 호황기인 이때 기본급을 올려야 한다는 조합원들 바람이 강하다"며 "과거 2000년대 중후반 호황기 때 소폭 인상, 몇해 전 불황기 때 동결 등을 겪어 '이제는 안 당한다'고 다들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측은 기본급을 지난해보다 더 올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최근 소식지를 통해 추가 제시 의향을 밝히며 "기본급 인상은 지난해 수준을 넘을 수 없으나, 직원들이 받는 임금 총액 기준으로는 작년보다 더 많은 보상이 될 수 있도록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즉, 각종 수당 기준이 되는 기본급 자체를 올리려는 노조와 기본급보다 성과금, 격려금 추가 지급으로 조합원들을 설득하려는 사측 입장이 팽팽한 상황이다.
노조는 사측이 전향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파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당장 5일도 파업에 들어갔으며, 오는 8일까지 하루 7시간 파업을 유지한다.
파업 때 노조가 오토바이 등으로 조선소 내 거점 도로를 막으면서 물류 차질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ant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