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홍여정 기자] 17년째 표류하고 있는 위례신사선 사업이 유찰 끝에 재정투자사업으로 전환한다. 시가 총사업비를 증액해 재공고를 실시했지만 결국 민간사업자의 관심을 얻지 못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시는 위례~신사 간 도시철도 민간투자사업(이하 위례신사선) 협상대상자 선정 2차 재공고가 최종 유찰됐다고 밝혔다.
위례신사선은 위례신도시와 지하철 3호선 신사역을 잇는 길이 14.7㎞ 경전철 노선이다. 2008년 신도시 건설 단계서부터 핵심 교통망으로 추진됐지만 현재까지 첫 삽을 뜨지 못했다.
매번 사업성이 발목을 잡았다. 최초 사업자로 삼성물산 컨소시엄(대우건설, GS건설, 두산건설 등)이 선정됐지만 2016년 수익성을 이유로 사업을 철회했다. 당초 삼성물산은 위례신도시에서 용산을 잇는 자기부상열차 노선을 서울시에 제안하면서 사업에 참여했다. 하지만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이 무산되면서 노선이 축소되자 사업을 포기했다.
이후 2017년 GS건설이 삼성물산 지분을 우선 전량 인수해 컨소시엄으로 재정비하고 제안서를 제출하며 재추진됐다. 2020년 GS건설 컨소시엄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실시협약(안)을 마련하는 등 시와 협상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자재 가격 급등, 금리 인상 등 민간투자사업 추진 여건이 악화됐다. 이러한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며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주요 건설 출자자들이 줄줄이 사업 참여를 포기하자 시는 GS건설 컨소시엄에 부여했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취소했다.
이후 서울시는 지난 8월 민간사업자 재공고를 진행했으나 유찰됐다. 당초 시는 재공고에서 유칠 시 재정투자사업으로 전환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의 민자 활성화 방안이 마련되자 지난 10월 2차 재공고에 나섰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을 통해 공사비 상승 등 비용 인상 요인을 반영해 민자사업비를 최대 4.4%까지 증액할 수 있도록 했다.
두 차례 재공고를 통해 서울시는 건설사업비를 기존 1조4847억원에서 1조7605억원, 1조8380억원으로 증액했고, 공사 기간도 5년에서 6년으로 연장하는 등 사업조건을 개선했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서울시는 지난 6월 발표한 계획에 따라 위례신사선 사업을 재정투자사업으로 전환해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위례신사선 추진을 민간투자사업에서 재정투자사업 방식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변경안 용역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2025년 상반기 국토교통부에 제출해 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다만 사업 지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투자사업으로 추진될 경우 예산이 투입되게 되면서 예비타당성 조사 등의 절차를 재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개통 예정 시기를 기존 2028년에서 더 늦춰질 것으로 전망한다.
'공회전' 위례신사선 대신 트램 공사 중
위례신도시 주민들은 2013년 입주를 시작하며 가구당 700만원씩 총 3100억원의 광역교통시설 분담금을 낸 바 있다. 입주 후 11년째 착공조차 못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지역 주민들의 불만도 상당하다.
현재 위례신도시에는 지난 2021년 개통한 8호선 남위례역 하나 뿐이다. 남위례역도 남쪽 끝에 위치해 주민 대부분은 버스를 타고 8호선 장지역이나 5호선 거여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위례신도시 교통난 해소를 위해 현재 위례선(트램) 공사가 진행 중이다. 위례선은 서울 송파구와 경기 성남·하남시에 걸친 위례신도시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노선이다. 지하철 5호선 마천역을 출발해 송파IC 하부를 통과, 8호선 복정역에 이르는 본선과 창곡천에서 분기돼 8호선 남위례역으로 연결되는 지선으로 나뉜다. 노선 길이는 총 5.4㎞로 정거장 12개소(환승역 3곳), 차량기지 1개소로 건설된다.
트램 1대당 객차는 5칸으로 최대 260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다. 이는 버스 4대 분량의 수송 용량에 달한다. 총 10대의 열차가 출·퇴근 시간대에는 5분, 평시간대에는 10분 간격으로 운행될 예정이다. 개통 예정 시기는 2025년이다.
위례신도시 주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트램은)지상철이라 획기적으로 교통 개선이 될 것” “위신선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래도 트램이 현실화되고 있으니 다행이다” “교통분담금 받아먹고 10년 넘게 안해줄 것이라고 누가 상상했을까. 위신선도 빨리 진행되길”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위례신도시 내 한 상가에 위례신사선 재추진 계획 발표를 촉구하는 플랜카드가 걸려있다. ⓒ홍여정 기자오세훈 "기재부 예타조사 불합리" 비판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위례신사선 사업 2차 재공고 유찰과 관련해 “재정사업으로 전환되면 또 다시 예타를 거쳐야 해 1~2년 더 지연될 상황에 놓여 있다”며 “불필요한 행정 절차를 덜어내고 시민의 목소리에 응답할 때”라고 말했다.
또 오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예비타당성조사, 이대로 괜찮을까요?’라는 글에서 “서울시는 재정사업으로 전환해 신속히 재추진하겠다”면서도 “기재부의 불합리한 예타 조사 운용 방식에 대해선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위례신사선 사업은 구체적 사업 계획이 수립돼 있고, 이미 6년 전 민자 적격성조사를 통해 타당성이 검증돼 있는 사업”이라며 “어차피 동일한 방법으로 타당성을 판단하는데 사업 방식이 달라졌다고 또 다시 수행하라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라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현행 예타 제도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상이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교통 사각지대에 놓인 시민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책임은 수도권이라 해서, 지방정부 주도 사업이라 해서 다르지 않을 텐데 제도적으로 차이를 두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위례 주민들은 교통환경 개선을 바라는 열망으로 가구당 700만원씩, 총 3100억원의 분담금까지 냈지만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며 “기재부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