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김영문 기자]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놓고 고민을 거듭해온 더불어민주당이 폐지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약 4년간의 금투세 논란이 일단락됐다. 증권가는 개인 투자자 비중이 큰 코스닥 시장에 수급이 늘어나면서 향후 코스피와의 증시 차별화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 지수는 751.81포인트로 전일 대비 2.27포인트 내리며 장을 마쳤다. 12.09포인트 떨어진 코스피와 비교하면 하락 폭이 작다. 특히 전날 코스닥 지수는 25포인트가량 오르며 급등한 바 있다. 코스닥 지수의 20포인트 대 상승은 지난 9월 12일 이후 처음이다.
전날 코스닥 지수의 급등은 금투세 도입이 사실상 폐지로 가닥 잡히면서 이에 대한 기대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자리에서 금투세를 폐지하는 데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원칙과 가치에 따르면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강행하는 것이 맞겠지만 현재 주식 시장이 너무 어렵다"라며 "금투세 면제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는 등 여러 제도를 고민했지만, 그걸로는 현재 증시가 가진 구조적 위험성과 취약성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이 정부 정책을 가지고 야당을 공격하는 정쟁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점도 문제였다"며 "금투세를 유예하거나 개선해 시행한다고 하면 끊임없이 정쟁의 대상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금투세 폐지 발언 직후 코스피와 함께 코스닥 지수가 급등했다. 특히 코스피는 1%대 오른 반면, 코스닥은 3% 넘게 올랐는데, 기관과 외국인 투자 비중이 상당한 코스피와 달리 코스닥은 개인 투자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금투세가 개인 투자자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번 폐지 발언으로 투심이 개선되면서 코스닥 지수가 오른 것이란 해석이다.
금투세가 폐지되는 방향으로 잡히면서 증권가는 향후 코스닥 지수의 경쟁력 상승으로 인한 증시 차별화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 금투세 시행에 따른 수급 이탈 우려로 그간 개인투자자들이 중장기 관점의 국내주식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는데, 장기투자 관점의 개인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주식시장 수급이 개선될 수 있다"라며 "특히 코스닥 시장 수급이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민주당의 금투세 폐지 동의 결정으로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 수급이 급격하게 이탈할 우려가 적어진 만큼 향후 코스닥 시장의 성과가 코스피 대비 개선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라고 판단했다.
이승재 iM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와 코스닥 간 차별화 현상이 존재하면서 코스닥이 코스피 대비 수익률이 낮은 현상이 올해 지속되었으나, 이번을 계기로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에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면서 코스피 대비 증시 회복 속도가 가팔라져 차별화 현상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지난달 30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이 49조5973억원으로 지난 1월 26일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반면,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해외투자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라며 "안정된 수익률을 보장받고 금투세라는 세금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해 해외 증시로 자금 이탈이 가속화됐는데, 국내 투자자들이 다시 국내 증시로 복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국내 증시의 회복을 도모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투세 도입이 무산되면서 증권사들은 구체적인 테마 전망도 내놓았는데, 밸류업 테마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려 당분간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 연구원은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구체적인 배경으로 언급한 만큼 밸류업 테마의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민주당이 금투세 폐지에 동의한 근거가 '상법 개정 등 한국 주식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을 먼저 해결하기 위함'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라며 "향후 민주당 주도의 상법 개정 드라이브가 예상돼 밸류업 테마가 상법 개정이라는 추가적인 모멘텀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반면, 신희철 iM증권 연구원은 "금투세 폐지 여부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거론됐던 배당 분리 과세 논의가 지속될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음은 부정적이다"라며 "올해 밸류업 프로그램에 이어 배당소득세까지 단일세율로 분류과세 하는 정책이 병행된다면 배당 투자 확대로 이어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기대감은 둔화될 수 있어 보여 은행, 증권, 보험 업종과 같은 배당주들의 투자심리가 악화될 수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은행, 증권과 같은 금융 업종은 대표적인 밸류업 테마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