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와 대립각 세워온 칸 전 총리 측 타격 평가도
(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파키스탄 여권이 야권의 반대를 무릅쓰고 3군 참모총장 임기를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5일(현지시간) 현지 매체와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상·하원 내 여권 의원들은 전날 임란 칸 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정의운동(PTI) 등 야당의 반발 속에 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셰바즈 샤리프 총리 정부가 발의한 법안은 TV 생중계가 이뤄지는 가운데 찬반 토론 없이 신속히 가결됐다.
PTI 소속 하원의원인 오마르 아유브는 "이것은 국가를 위해서나 군을 위해서나 좋지 않다"고 말했다. PTI 소속 일부 하원의원들은 법안 사본을 찢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타울라 타라르 공보부 장관은 "정부 임기가 5년인데 3군 참모총장 임기를 5년으로 늘려도 아무런 해가 없을 것"이라며 "정책의 안정과 연속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샤리프 정부가 막강한 군부의 지지를 얻고자 법안 통과를 강행함에 따라 군부와 대립각을 세워온 칸 전 총리 측이 타격을 입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8월부터 부패죄 등으로 수감생활을 하는 칸 전 총리는 자신이 2022년 4월 의회 불신임안 가결로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된 배후에 군부가 있다고 주장한다.
군법 개정안 통과로 군부의 실세 아심 무니르 육군 참모총장은 2027년 11월까지 자리에 머물게 됐다.
2022년 11월 취임한 무니르 참모총장은 당초 내년에 임기를 마칠 상황에서 법안 통과로 임기가 2년 늘어났기 때문이다.
칸 전 총리는 축출된 후 시위 등을 통해 군부를 계속 비판해오다가 암살 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옥중에서 지난 2월 총선을 지휘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PTI 출신 후보들이 의석수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PTI는 과반 의석 확보에는 실패했고, 샤리프 총리 소속 파키스탄무슬림연맹(PML-N)은 다른 정당과 연정을 출범시켰다.
칸 전 총리 측은 연정 출범 후 거리와 의회에서 자신과 PTI의 정치 배제를 위한 총선 부정이 저질러졌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배후로 지목된 군부와 선관위는 이를 부인한다.
파키스탄에선 1947년 영국 식민 지배에서 독립한 이후 군부가 거의 절반의 기간을 집권했고, 민간정부 집권기에도 배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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