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워너원, 케플러, 하현상, 김나영, 승관(세븐틴), 십센치, 아인‧낸시(모모랜드), 유니스, 골든차일드, 규리(카라), 인피니트 등 많은 아이돌 보컬트레이닝과 디렉팅은 물론 ‘눈물의 여왕’, ‘청춘월담’, ‘미스터 션사인’, ‘이두나!’, ‘인생은 아름다워’, ‘환혼’, ‘그해 우리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 많은 OST 보컬디렉팅, 그리고 ‘사랑의 불시착’, ‘사이코지만 괜찮아’, ‘링크’ 등 여러 OST 작곡에도 참여한 작곡가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광화문연가’, ‘곤 투모로우’, ‘썸씽 로튼’, ‘미인’, ‘오! 캐롤’ 등 여러 뮤지컬 보컬 코치로도 잘 알려져 있다. OST 가창은 물론 오로나민C, KFC, 하이마트, 롯데월드 등 우리 귀에 익숙한 CM송을 1000곡 넘게 부른 CM송 스타이기도 하다.
2020년부터 4년간 호원대 K팝학과 전임교수에 이어 올 초부터 정화예대 실용음악과 전임교수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이전에도 백제예대, 동아방송예술대, 동국대, 한양여대, 국제예술대 등 여러 대학에서 강의할 만큼 가르치는 일을 자신의 천직으로 여기고 있을 만큼 선생이란 것에 보람을 느낄 정도다.
보컬트레이너, 보컬디렉터, 프로듀서, 작곡가, 가수, 교수 등 여러 직책을 수행하고 있는, ‘가장 바쁜’ 사람 중 하나가 김기원(46)이다.
스포츠한국 ‘조성진의 가창신공’에서 정화예대 실용음악과 김기원 교수를 만났다.
김기원은 아티스트 발굴 및 음반 제작, 레코딩, 해외 퍼블리싱, 보컬트레이닝 등 여러 분야를 하나의 회사로 통합한 ‘도츠 뮤직(Dots Music)’를 설립했고, 2022년 3월 강남 학동으로 사무실을 이전했다. ‘도츠뮤직’은 점(도츠)들이 이어지면 커질 수 있다는 것, 즉, 각 점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십수 명 이상의 유명 소속사 연습생들이 이곳에서 보컬 지도를 받고 있다.
지금도 공휴일이 없을 만큼 빡빡한 작업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인터뷰 중 잠깐 스케줄표(캘린더)를 보여줬는데, 하루하루 일정이 몇 개씩 30일 내내 빡빡하게 메모가 돼 있었다. 얼마 전까진 대학 수시 심사가 끝나면 녹음실로 와 레코딩과 기획사 레슨 등 여러 일을 병행해야 할 정도였다. 이 코너 인터뷰가 끝나기 30여 분 전쯤부터 모 유명 아이돌 연습생이 대기 중이었고 인터뷰를 마치고 나가면서 또 다른 사람이 보컬트레이닝 받으러 사무실에 들어서고 있었다.
이렇게 바빠도 그간 그를 거쳐 간 많은 제자에게 짜증 한 번 낸 적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친절, 자상, 배려의 끝판왕 같은 면모를 보여왔다. 인터뷰 와중에도 김기원 교수의 이러한 밝고 착한 심성을 십분 느낄 수 있었다.
1978년 서울에서 2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김기원 교수는 음악을 전공하지 않고 음악계에서 입지를 굳힌 대표적 사례다. TV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 등장인물들이 신문방송학과 재학 중인 학생들이었는데, 이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며 신문방송학(광운대)을 전공했다. 물론 한영고등학교 1학년 때 성악 공부를 했고 이어 2학년 때 클래식 작곡으로 전공을 바꾸긴 했지만. 광운대 재학 때 포크그룹 ‘14프렛’과 록그룹 ‘수범이기타’ 활동을 병행했다. ‘수범이기타’는 LA메틀과 정통 하드록을 추구하던 밴드였다.
음악 전공자는 아니지만 집안의 음악적 DNA는 어쩔 수 없었다. 김기원 교수의 아버지는 교회 합창 지휘자 출신이다. 큰아버지는 국내 최고의 오케스트라인 서울시향(서울시립교향악단) 2대 상임 지휘자를 역임한 김만복이다. 김만복 지휘자는 서울시향 및 KBS교향악단 총감독 등을 지낸 국내 지휘계의 큰 별이다. 아주 오래전 김만복 지휘자를 만난 적이 있어 감회가 새로웠다.
김기원이 음악의 길로 가야겠다고 결심한 건 대학 2학년 때다. 클래식 지휘자인 아버지는 소위 ‘딴따라’를 하겠다는 아들의 뜻을 반대했다. 김기원은 아버지에게 “6개월 동안 기획사를 알아보고 그래도 안 되면 음악을 포기하겠다”고 했다. 아버지와 이렇게 딜(담판)을 하고 몇몇 유명 기획사를 노크하다가 ‘씽크 엔터’ 연습생으로 들어가기에 이른다. 당시 ‘씽크 엔터’는 꽤 유명한 기획사였지만 막판에 부도가 났고 결국 데뷔는 물거품이 됐다. 김기원은 2003년 해군홍보단에 입대했고 이때 군 동기가 뮤지컬 배우 박은태, 기타리스트 박주원이다.
고교 때부터 신승훈, 이문세, 이승환 등의 노래를 너무 좋아했다. 빌리 조엘의 ‘Piano Man’은 그가 가장 좋아하던 팝송이다. 이러한 취향은 이후 그의 보컬디렉팅의 세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정화예대 실용음악과 수업중인 김기원 교수.김기원 교수는 배연희, 김성수, 남해승 등을 멘토로 꼽았다.
“보컬 트레이닝 분야에 눈을 뜨게 해준 분이 연희(배연희) 누나입니다. 박선주 등과 함께 1세대 보컬트레이너로 유명했고 저를 정말 많이 챙겨주셨어요. 예를 들어 학위 논문을 써야 하는데 열심히 안 하고 미루면 연희 누나가 매일 전화해서 ‘기원아, 논문 써야지’라며 독촉할 만큼. 배연희 누나가 보컬트레이닝을 하는 걸 보며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고 저도 그렇게 되고 싶었습니다.”
“김성수 감독님은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좋아하는 형님입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에 삽입된 ‘핑크 솔저스’로 유명한 데, 단지 음악만 잘하시는 게 아니라 좋은 인성과 지식도 대단하죠. 함께 작업하다 보면 배울 게 정말 많은 분이죠. 그런데 김성수 감독님이 얼마 전 ‘기원아, 내가 꿀팁하나 알려줄게’라며 ‘아침 7시 반에 일어나라. 재일(정재일)이랑 나는 무조건 새벽에 통화해. 너도 일찍 일어나라’고 말씀하시는 거였어요.”
아침형 인간으로 사이클을 바꾸라는 김성수 감독의 권유로 김기원 교수는 오랫동안 고수하던 저녁형 사이클을 바꾸었다.
“실제로 밤에 생각하는 것들이 긍정적이지 못한 게 많은 것 같아요. 반면 아침엔 정말로 (오늘의 시작이란 점에서) 긍정적인 사고를 많이 하게 됩니다. 힘들지만 이때부터 아침형 패턴으로 변했는데,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좋은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도 적응 단계라 좀 힘들긴 하지만. (웃음)”
김기원 교수는 남해승 감독의 드라마 데뷔작 ‘단팥빵’ OST에 가창자로 함께 한 이래 현재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남해승 감독은 김기원 교수에 대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포기하지 않고 답을 낸다” “기원 씨가 오면 분위기가 좋아진다” 등 보컬디렉터로서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남해승 감독이 자신의 드라마 OST를 작업할 때 김기원을 자주 찾는 이유다.
OST 작업은 OST 제작사, 음악감독팀, 가수 관계자들, 그리고 녹음실 관계자들까지 처음 접하는 여러 사람과 협업하는 자리다. 따라서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될 수 있는데 김기원 교수는 디렉터로서 이러한 분위기를 유연하게 만들 줄 아는 것이다.
김기원 교수는 디렉팅 때 최대한 기분 좋게 진행하려고 한다. 가창자의 좋은 점을 먼저 찾으려 하고 그게 보이면 즉시 “이 부분 너무 좋아요. 남은 테이크도 이것처럼 해주세요”라고 요구한다. 좋은 것에서 넓혀가는 스타일의 디렉팅 방식을 추구하는 것.
“디렉팅에 임하기 전 제가 먼저 짜려고 하지 않고 그 사람(가창자)이 어떤 좋은 걸 갖고 있나부터 먼저 파악하려고 합니다. 이것저것 시켜보면 이 사람이 어디까지 했고 어떤 고민까지 했나 알 수 있죠. 사전에 해당 가창자의 노래를 듣고 기본적인 장단점을 파악한 후 가창자의 단점보다 장점, 특히 그가 가진 이러한 소리만큼은 꼭 나오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후 디렉팅에 임합니다.”
세븐틴 승관과 세차례나 작업했다. [사진제공=김기원]‘미스터 션사인’ OST 작업 때 신승훈 노래를 디렉팅한 적이 있다. 워낙 빅스타인 만큼 김기원은 신승훈에게 최대한 맞춰 가며 작업했다.
“신승훈 님은 노래 한번 하더니 알아서 아쉬운 부분을 바꿔갔습니다. 그리곤 ‘이 정도면 어때’라고 제게 물었죠. 저는 ‘이 부분만 좀 ~해주세요’라고 요청했더니 신승훈 님은 ‘아, 내가 그걸 잘 못해’라며 ‘대신 이렇게 해줄게’라고 하더니 그 부분만 방식을 바꿔서 불렀습니다. 바꿔 부른 게 너무 좋았어요. 역시 신승훈이란걸 새삼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OST 중 아이유의 ‘마음을 드려요’도 보컬디렉팅했다. 이 곡에서 김기원은 휘파람을 직접 불었다. 아이유 또한 빅스타라서 디렉팅에 임하기 전 걱정을 좀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같이 일해보니 소통하기가 너무 편했다고.
“아이유는 노래한 후 바로 ‘이런 부분은 별로 아닌가요?’ ‘이런 소리 괜찮아요?’라며 의견을 물었다. 그러면 ‘저희는 좋은데요’라고 답하면 ‘아, 그러면 괜찮아요’라며 상대 스태프의 의견을 구하며 계속 소통하는 스타일이었어요. 고음(하이) 부분에서 자신의 소리가 ‘듣기에 괜찮냐’고도 물었어요. 저는 그 톤이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답했고 그러자 아이유는 ‘그럼 됐다’는 식으로 스태프를 믿고 진행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10cm(십센치)와도 작업했는데 노래를 너무 잘해서 놀랐습니다. 개인적으론 노래 잘하는 많은 남자 가수 중에서도 십센치는 상위권 레벨이라고 봅니다. 십센치는 가창력이 너무 좋았을 뿐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노래하는 다양한 표현력이 탁월했어요. 연구를 많이 하는 아티스트가 바로 십센치였습니다.”
“하현상은 톤 자체가 감성적으로 다가오는 보컬입니다. 가수의 톤을 타고난 아티스트랄까요. 제가 보컬트레이닝을 맡은 이후 처음보다 고음이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과감한 플레이도 가능해졌습니다.”
“예서는 감성이 딱 붙을 때 추진력이 대단합니다.”
예서와 작업을 마치고 [사진제공=김기원]“김재환(워너원)은 트레이닝 당시 매일 전화를 할 정도로 노래에 대한 궁금증과 진지함, 열정이 대단했어요. 음악을 매우 여러 방향으로 연구하고 고민하는 스타일이죠.”
“김나영은 감성 표현이 탁월한 보컬입니다. ‘그해 우리는’ 하이(고음) 부분에서 저는 가창자의 소리가 정확하게 나지 않는 걸 원했어요. 그 곡의 감정선 때문이죠. 가창력 뛰어난 사람들에게 소리를 정확하지 않게 구사해 달라고 하면 의아해할 수 있음에도 김나영은 이런 걸 바로 이해하고 요구한 대로 불러 줬어요. 매우 힘겹게 노래하듯 이 곡을 표현해 더욱 몰입도 높은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김나영은 음역이 매우 넓고 특히 저음이 너무 좋습니다. 저는 바로 이러한 김나영식 저음을 원했는데, 가창하는 순간 바로 이런 김나영만의 저음이 나왔죠. 사람들이 왜 김나영 김나영 하는지 알 수 있었어요. 매우 풍부한 저음, 그러면서도 전혀 과하지 않고.”
“‘미스터 션샤인’ 때 만난 이수현(악뮤)도 노래를 너무 잘했어요. ‘미스터 션사인’은 드라마는 역사극이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극처럼 노래가 나오지 않는 게 목표였습니다. 이 지점에서 이수현은 과하지 않게 섬세한 표현으로 곡의 애틋한 감성을 잘 표현해 줘 지금도 기억이 새롭습니다.”
“‘사랑의 불시착’ 때 보컬디렉팅을 한 김세정(아이오아이)도 기억에 남습니다. 아이돌임에도 발라드 표현력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죠.”
“아이즈원 당시 미야와키 사쿠라도 트레이닝했는데 이후 르세라핌 멤버가 됐죠. 미야와키 사쿠라는 심성이 착하고 배려 많이 해주는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노래할 때 소리 힘이 약한 편이라 좀 더 파워풀하게 발성하는 쪽에 비중을 두며 지도하려고 했어요. 소리를 좀 더 크게 내는 쪽에 비중을 뒀는데, 미야와키 사쿠라는 이후 사회생활 대인관계에서 이렇게 발성 연습을 한 게 도움이 많이 됐다고 합니다.”
“세븐틴 승관과도 세 차례 작업을 했는데 노래를 너무 잘했어요. 감정도 잘 내고. 특히 애티튜드가 너무 좋았죠. 승관은 CD를 가져와 현장에 있는 사람 모두에게 선물했어요. 일일이 찾아가 정성스럽게 쓴 내용의 긴 문구와 사인을 해서 건네줬어요. 사인만 하고 바로 상대에게 CD를 주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받는 사람들은 더욱 감동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죠. 세븐티 승관의 인간미, 매너 등 각종 아름다운 덕목을 여실히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백예린은 일단 목소리가 너무 좋아요. 백예린의 노래를 듣는 순간 황홀해질 정도니까요. 실제 톤도 황홀하고 매력적입니다. 목소리만으로 무언가 설렘을 만들 줄 아는 아티스트에요. 톤 자체만으로 상대를 녹게 한다고 할까요?”
“아인(모모랜드)은 아주 오래전부터 레슨을 했습니다. 아인은 음악적 열정이 대단해요. 이렇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란 생각이 들 만큼. 작업실에 올 때마다 제게 “샘, 이 곡 들어봤어요?”라며 시종 음악 얘기뿐이에요. 아인이 갖고 온 음악을 저장해 놓을 때가 많을 만큼 멋진 곡들이 많았죠. 개인적으론 저평가된 보컬 중 하나가 아인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음색이 독특합니다. 영어 발음이 좋고 해외 문화에 대한 이해도도 높죠. 그러한 팝 필링이 매우 좋아 이러한 쪽을 살린 곡을 부른다면 이만한 적임자도 없을 겁니다.”
“낸시도 매우 똑똑한 가수죠. 수업 후 그걸 바로 연습에 적용해 볼만큼 이해력이 탁월합니다. 이렇게 예쁠까 싶을 만큼 목소리가 너무 예뻐요. 따라서 디즈니 OST와 같은 곡을 가창하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낸시만의 선천적 청아함은 애니메이션 OST 같은 데에서 특히 빛을 발할 것 같아요.”
워낙 많은 유명 가수를 지도하고 작업한 관계로 경험담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던 중 갑자기 홍콩 배우 진혜림으로 넘어갔다. ‘냉정과 열정 사이’ ‘연의 황후’ 등으로 유명한.
홍콩 현지에서 진혜림과 작업을 마치고 한 컷. [사진제공=김기원]몇 년 전 진혜림이 발매한 신곡 작곡가가 김기원이다. 진혜림과 오랜 우정을 유지하고 있는 배연희가 보컬디렉팅을 맡았다. 홍콩 현지에서 작업을 마친 후 김기원은 진혜림에게 사인을 부탁했다. 그러자 진혜림은 무릎을 꿇고 앉아서 자신의 음반에 무슨 말을 쓸까 많은 시간을 고민했다. 사인을 해주려고 무릎을 꿇은 글로벌 스타에게 너무 미안했던 김기원은 진혜림에게 “의자에 앉으세요”라고 여러 차례 말했지만, 진혜림은 계속 그 자세에서 상대에게 해줄 적절한 말을 찾았다. 많은 시간 고민하고 매우 긴 내용의 친필과 함께 사인을 해 음반을 건네줬다. 이에 감동한 김기원 교수는 진혜림의 사인을 받은 이 음반을 ‘도츠뮤직’에 진열해 놨을 정도다.
“진혜림은 ‘가창력’이란 차원보다 ‘표현’의 차원에서 보는 게 적절할 것 같아요. 감성 표현력이 너무 좋은 분입니다. 함께 작업하며 진혜림이 노래하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왔죠. 그만큼 표현력이 대단했으니까요.”
김기원 교수의 티칭 스타일은 ‘기본의 중요성’이 포인트다.
“보컬트레이닝은 배운다기보다 가수와 함께 고민해주는 동반자란 의미가 더 큽니다. 혼자 하면 자신의 장단점에 대해 말해줄 사람이 없어요. 색깔이 진해져도 본인은 모르죠. 울림이나 위치를 잡으면 그다음부턴 굳이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됩니다. 에너지를 안 써도 잡히기 때문이죠. 이러다 보니 예전에 사용했던 걸 쓰지 않고 지금 노래하기 편한 방식에 안주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사용하지 않는 부분들도 조금씩 퇴화가 되는 것이죠. 그래서 기본적 발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려고 합니다.”
“몸이 무거우면 잘 가지 않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리 역시 조금 편하게 해주는 방식을 권합니다. 말하는 게 편해지면 빨리 말할 수 있듯이. 일단 안되는 기술에 얽매여 있는 상태를 풀어주고 그가 잘할 수 있는 다른 걸 찾아주려고 합니다. 호흡, 발성, 공명이란 순서가 중요합니다. 호흡이 성대를 건드려 울림을 만드는데, 대부분 어쩔 수 없이 보이는 걸 하다 보면 울림을 가르치게 되죠. 코, 입, 턱 등등 각자 생긴 부위가 다른데 내가 편안한 자리에 가서 울림점이 생길 텐데 그걸 지정해주는 방식으로 가다 보면 각자의 개성을 찾지 못하고 노래하게 되는 겁니다. 각자의 밸런스를 찾는 것에 중점을 두려고 합니다.”
“저는 보컬트레이닝 할 때 태연의 곡을 예로 많이 들고 있어요. 소리를 연습할 때 편안하게 소리 지점을 잘 잡는 아티스트이고 탁월한 소리 밸런스를 들려주기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 어택을 내고 어느 정도 성대 접지가 일어나고 어느 정도 공명을 하고 등등 그러한 밸런스를 잘 잡은 상태에서 감정을 입힌 게 바로 태연의 노래죠. 감성으로만 부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발성만 보여주는 사람도 있어요. 결국 목표는 감성인데…. 탄탄한 발성에 감성까지 잘 입혀 노래하는 게 바로 태연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태연을 교과서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김기원 교수는 지난 3월부터 정화예술대 실용음악과 보컬 전임으로 재직 중이다. 정화예대에선 이제 두 학기째 강의지만 남다른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정화예대는 일단 전철역과 가까운 곳에 있는 게 너무 좋고 남대문, 명동 등 상징적인 위치에 있어 그만의 멋스러움도 있습니다. 정화예대는 특히 학생들을 많이 생각해주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커리큘럼도 필요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며 학생들의 니즈에 맞추려 합니다. 실용음악과는 정화예대가 2017년에 개설한 걸로 압니다. 타 학과에 비한다면 매우 짧은 역사지만 그 기간에 다양하게 변화해가고 있어요. 학생을 실력은 물론 경쟁률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죠.”
“학교 측에 필요 사항을 주문하면 즉시 지원해줘 놀라기도 했습니다. 댄스실과 녹음 스튜디오가 붙어 있어 소리가 울리는 경향이 있어, 100% 공사를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일단 방음 커튼이라도 하나 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요청했는데 바로 해결해 줬어요. 컴프레서 장비도 중간에 고장 난 적이 있는데 말을 하자마자 즉시 고쳐줄 정도였습니다. 그간 여러 실용음대에서 강의했지만 이렇게 빨리 대응해 주는 학교는 정화예대가 처음입니다.”
김기원 교수는 정화예대에서 보컬 디렉팅 수업 중심으로 강의하고 있다. 학생들이 졸업 후 스스로 유튜브라도 제대로 할 수 있게 셀프 튠과 믹싱을 직접 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가르쳐 준다고 했다.
“여러 가지 장비 사용까지 실전 중심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튠과 보컬 믹스까지 해보게 함으로써 졸업 후 웬만한 건 본인이 소화할 수 있게 역량을 길러주려고 해요. 이제 자리가 잡히고 있어 조만간 정화예대 실용음악과 출신 학생들이 음악계에서 빛을 발휘할 거라 믿습니다. 정화예대 학생들은 아직 순수함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아 인상적이었어요. 교수들을 바라보는 태도도 그렇고,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열정이 많이 보입니다. 두 학기째 강의하며 반짝이는 학생들도 많이 보였어요. 그런 학생들과 콘텐츠를 만들거나 음반 제작 등 다양한 걸 함께 해보고 싶어요. 그들이 빛을 발할 수 있게 돕고 싶습니다.”
김기원 교수는 몇 년 전 코칭 자격증을 취득했다. ‘코칭’을 배우며, 좋은 점을 발견 부각해주고 칭찬해주는 게 중요하단 걸 깨달았다고.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죠. 이후 제 보컬트레이닝에 이러한 방법론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다 보니 이젠 나만의 목소리도 남겨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만간 제 앨범을 발매할 예정입니다. 대중적 성향의 J팝 스타일을 지향할 예정으로 빠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발매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일이 너무 많아 계속 제 음악 작업을 미루게 되네요.”
김기원 교수는 3년 연애 끝에 2011년 결혼했다. 아내는 ‘도츠뮤직’ 사무(경영) 분야 업무를 맡고 있다. 슬하에 11살과 6살 된 딸 둘이 있다.
워낙 많은 OST 작업에 관여하므로 영화와 드라마라면 빼놓지 않고 보는 편이다. 인생영화는 ‘인생은 아름다워’와 ‘타이타닉’이다.
한때 영화배우를 꿈꾸기도 했다. ‘인생은 아름다워’에 단역으로 출연한 적도 있다. 류승용 전담 트레이너로 일하다가 영화에 출연하게 된 것이다. 극 중 부산에서 버스킹하는 역할로 나오는 단역이 김기원이다. 이외에 ‘밀리의 서재’ CF에도 출연했다.
“가르칠 때 즐겁고 행복할 만큼 가르친다는 일이 적성에도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더욱 열심히 일하며 향후 보컬디렉터로서 한 획을 그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