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사망 당시 이혼소송 중…숨진 사실 모른 채 대법 판결 확정
(이천=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지난해 사망한 70대 아버지의 시신을 14개월간 냉동고에 보관한 40대 아들을 수사 중인 경찰이 범행 동기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5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사체은닉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40대 아들 A씨는 지난해 9월 혼자 사는 아버지 B씨의 집에 방문했다가 B씨가 숨진 사실을 발견했다.
당시 B씨는 2022년 7월부터 아내이자 A씨의 의붓어머니인 C씨와의 이혼 및 수십억원대의 재산분할 소송을 진행 중이었다.
민법상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 도중 당사자가 사망할 경우 다른 사람이 이를 대신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소송은 종료된다. 이 경우 남은 배우자는 관련 법에 따라 상속의 권리를 가진다.
B씨 역시 사망 사실이 알려질 경우 C씨와의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 역시 종료되고, C씨는 재산분할 대상이 아닌 B씨의 다른 재산에 대해서도 정해진 지분을 상속받을 권리가 생기는 상황이었다.
B씨가 소유한 부동산 중에는 현재 A씨가 실제 거주하고 있는 집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B씨의 시신을 김치냉장고에 넣은 뒤 지난 1일 변호사와 함께 경찰서를 찾아 자수할 때까지 1년 2개월간 비닐에 감싼 상태로 보관해왔다.
그 사이 B씨와 C씨 간의 이혼소송은 법률 대리인을 통해 계속 진행됐고, B씨가 숨진 지 6개월여 만인 올해 4월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았다.
해당 기간 A씨는 B씨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C씨와 연락을 주고받는 등 B씨가 사망한 사실을 숨겨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A씨는 지난달께 친척에 의해 B씨의 실종 신고가 접수되고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아내와 상의 끝에 지난 1일 자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B씨의 사망으로 진행 중인 소송에서 재산상 불이익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범행했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실제 B씨의 이혼 소송을 대리해 진행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 서류를 들여다볼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경위는 수사 사항이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찰은 B씨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사인에 이를 만한 외력 손상(두개골 골절 및 장기 손상 등)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신체 타박상 등은 식별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부검 결과를 전달받아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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