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언론 "SNS에 진위 불분명 정보 잇따라 혼란 초래"
러 감시 국제시민단체 "추후 사실 제시되더라도 안 믿을 수도"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자국군을 파병한 북한에 대해 국제 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군 파병과 관련한 가짜뉴스와 진위가 불분명한 정보들이 난무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일간 키이우포스트에 따르면 '인텔리전스 프런트'란 이름을 쓰는 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는 전날 자신의 계정에 각각 1분과 2분3초 길이의 영상 두 편을 게재했다.
그는 "러시아를 위해 싸우러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북한군 병사가 제공된 음식의 다양함과 푸짐함에 놀라고 있다. 그는 '난 전장에서 먹고 있다. 이 고기를 봐라. 큰 소고기와 즉석라면이다'라고 말한다"고 적었다.
이 영상을 올린 이용자는 엑스에 게재한 프로필에서 공개출처정보(OSINT)에서 정보를 얻는 '독립적 관찰자'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그러나 정작 그가 올린 영상은 북한과 무관한 중국 출신 병사의 것으로 보인다고 키이우포스트는 지적했다.
키이우포스트는 "자체 팩트체크 결과 이 남성은 한국어가 아니라 중국어로 말을 하고 있다"면서 "그는 중국인이고 그저 자신이 뭐를 먹고 있는지 설명하는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주변에서 들리는 러시아어 대화에 비춰볼 때 영상 속 남성이 우크라이나 내부나 주변 전선에 있다는 주장은 사실일 수 있지만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은 아니란 것이다.
이 매체는 "북한에서는 스마트폰이나 소셜미디어에 접속할 수 없다는 점 또한 이 남성이 중국어가 유창한 북한인이란 주장이 성립될 가능성을 극도로 희박하게 만는다"고 말했다.
키이우포스트는 영상의 근본 출처를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처음 공유되기 시작한 자료로 보인다면서 "러시아군에 소속된 중국 출신 용병 일부는 자신의 경험을 담은 영상을 업로드하는 경우가 잦다"고 짚었다.
앞서 동료를 모두 잃고 홀로 살아남은 북한군 병사의 인터뷰라며 친(親) 우크라이나 성향 텔레그램 채널에 올려져 큰 주목을 받았던 영상물도 며칠째 진위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또, 지난달에는 북한군 장교 8명이 우크라이나 전선 배치 첫날 모조리 전사했다는 중국 출신 러시아 용병의 주장이 나왔지만 역시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제시되지 못했다고 키이우포스트는 덧붙였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 직후 결성돼 러시아군 활동을 감시해 온 국제시민단체 '인폼네이팜'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과 관련한 가짜정보가 난무하는 상황이 우크라이나에 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단체는 지난 3일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글에서 "어제와 오늘만 약 15명이 러시아 군복을 입은 북한군의 시신을 배경으로 그의 군신분증을 찍은 것이라며 사진을 보내왔다"면서 "여러 공적 인사들이 '북한군 첫 사망자'라며 그런 가짜들을 갖고 소셜 네트워크를 활보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들은 "그런 과장된 선전은 도움이 되지 않는 걸 넘어 방해가 된다"면서 "허위 정보를 만드는 이들은 이런 짓이 어떤 피해를 끼칠지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후 진짜 사실이 제시됐을 때 진실을 흐릴 목적으로 계획적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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