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김하수 기자] 국내 건설업계 실적에 ‘효자’ 노릇을 했던 해외건설 일감이 줄면서 건설업계가 국내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5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국내 297개 기업은 해외 90개국에서 211억1000만달러의 수주고를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10% 감소한 것으로, 정부 목표치인 400억달러의 절반을 약간 넘는 액수다.
특히 대형건설사들의 수주액 감소세가 뚜렷했다. 3년 연속 해외수주 1위를 기록해온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수주액 13억3954만달러를 수주하며 현재 4위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2위였던 현대건설은 올해 마이너스(-) 10억달러를 기록하며 순위권 밖에 머물러있으며, 포스코이앤씨, 대우건설,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등 다른 대형사들도 수주 실적이 저조했다.
올해 건설업계의 해외 수주가 급감한 원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및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와 고물가 기조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건설시장의 성장률은 경제성장 둔화, 고금리 기조, 원자재가·운송비 상승 등 여파로 3분기 연속 성장률이 6.0%에서 3.2%까지 하향조정됐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올해 세계건설시장은 지난해(141조1000억 달러) 대비 3.2% 성장한 14조5952억 달러로 전망된다.
해외 일감이 쪼그라들면서 건설사들은 실적 방어를 위해 재건축‧재개발 등 국내 도시정비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반기 들어 수도권과 지방 대규모 사업장 위주로 수주에 공격적으로 임하는 분위기다.
과거 정비사업 수주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삼성물산은 올해 도시정비 부문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올해 △서울 잠원강변 리모델링(2320억원) △부산 광안3구역 재개발(5112억원) △서울 거여새마을 공공재개발(3988억원) △부산 사직2구역 재개발(4492억원) △서울 남영2구역 재개발사업(6619억원)을 등을 수주하며 정비사업 부문 누적 수주고 2조2531억원을 기록 중이다.
삼성물산은 신길2구역에서도 GS건설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수주가 유력한 상황이며, 정비사업 최대어로 꼽히는 한남4구역의 시공권을 두고 현대건설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올해 3월 성남 중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시공권을 따내며 평년 대비 마수걸이 수주가 다소 늦었던 현대건설은 2분기부터 공격적인 정비사업 수주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6782억원 규모 성남 중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시작으로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3월·7740억원) △인천 부개5구역 재개발(5월·5139억원) △대전 도마·변동 16구역 재개발(5월·7057억원) △송파 가락삼익맨숀 재건축(6월·6340억원) △부산 괴정5구역 재개발(9월·7197억원) 등 시공권을 확보했다. 특히 다음달 1조2830억원 규모 신반포2차 재건축사업 수주가 유력해 ‘5조 클럽’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연말까지 대형 정비사업 수주전에 적극적으로 임해 6년 연속 수주 1위에 오르겠다는 각오다. 현대건설은 한남4구역, 미아9-2구역, 신반포2차, 방화3구역 재건축사업과 부산 연산5구역 재개발사업 시공권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국내 건설사 가운데 가장 먼저 정비사업 수주 ‘4조클럽’ 가입에 성공한 포스코이앤씨는 현재까지 정비사업 누적 수주액 4조7191억원을 기록하면서 1위 자리를 수성 중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1월 부산 촉진2-1구역 재개발사업(1조3274억원) 수주를 시작으로 △고양 별빛마을8단지 리모델링(2월·4988억원) △금정역 산본1동 재개발(2월·2821억원) △가락미륭아파트 재건축(2월·2238억원) △노량진1 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4월·1조927억원) △문래대원아파트 리모델링(6월·1277억원) △마포로1-10지구 재개발(7월·1537억원) △문래현대2차 리모델링(7월·1737억원) △길음5구역 재개발(8월·2848억원) △분당 매화마을2단지 리모델링(8월·5544억원) 등 총 10건의 정비사업 시공권을 확보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해외공사 일감이 줄어든 상황이지만 원자재값, 인건비는 오히려 뛰면서 대형건설사들의 실적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대형건설사들이 연말까지 국내 재건축‧재개발시장에서 어느 정도 수주 실적을 올리느냐에 따라 수익성 개선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