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구팀 "우주 초기에 형성된 초대질량 블랙홀 비밀 풀어줄 단서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빅뱅(Big Bang) 후 15억년 지난 초기 우주에서 주변의 물질을 이론적 한계 속도보다 40배 이상 빠르게 빨아들이고 있는 태양 수십만배 크기의 초대질량 블랙홀(SMBH)이 처음으로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 발견이 태양 질량의 수십만 배에서 수십억배에 이르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어떻게 초기 우주에서 그렇게 빨리 성장할 수 있었는지 밝혀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 국립 광·적외선천문학연구소(NOIRLab) 서혜원 박사와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이석영 교수팀은 5일 과학 저널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을 이용, 초기 우주에서 태양 질량 72만배가량의 초대질량 블랙홀(LID-568)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LID-568은 초대질량 블랙홀 중에서는 크기가 작은 편이지만 물질을 빨아들이는 속도는 이론적 한계인 '에딩턴 한계'(Eddington limit)의 40배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초대질량 블랙홀은 대부분의 은하 중심에 있으며 망원경 성능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초기 우주에서도 계속 관찰되고 있다. 하지만 블랙홀이 초기 우주에서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커질 수 있었는지는 여전히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찬드라 X-선 망원경 관측에서는 매우 밝은 천체로 관측되지만, 가시광선이나 근적외선(NIR)으로는 보이지 않는 초기 우주 은하들을 적외선 감도가 매우 높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해 LID-568을 발견했다.
서 박사는 JWST 근적외선 분광기(NIRSpec)를 이용해 관측 대상 은하와 그 주변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었고, 은하 중앙에 있는 블랙홀 LID-568 주변에서 예상하지 못한 강력한 가스 분출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분출 가스의 속도와 크기를 통해 LID-568 블랙홀이 에딩턴 한계의 41배에 달하는 엄청난 속도로 주변 물질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석영 교수는 "에딩턴 한계는 블랙홀이 주어진 시간 내에 흡수할 수 있는 물질량의 한계로, 일정 수준 이상 물질을 빨아들이면 발산하는 에너지가 너무 커져 역학적 평형이 깨지기 때문에 그런 블랙홀은 있을 수 없다고 규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딩턴 한계를 약간 넘는 블랙홀은 종종 관측되고 이는 관측 오차나 일시적 평형 붕괴 등으로 여겨졌다"며 "하지만 초기 우주에 에딩턴 한계를 40배 이상 넘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존재하는 것은 기존 이론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초대질량 블랙홀이 우주 초기에 최초 별들의 죽음(가벼운 씨앗)이나 풍부한 가스 구름의 직접 붕괴(무거운 씨앗)로부터 형성될 수 있다는, 아직 관측으로는 확인되지 않은 이론을 뒷받침하는 것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교수는 "우주 초기에는 가스가 아주 풍부한 은하가 많았고 가스가 풍부한 은하들이 합쳐지면 합쳐진 은하의 중심으로 기체들이 빠르게 몰려드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며 "시뮬레이션 결과 가스가 풍부한 초기 우주 환경에서는 에딩턴 한계를 100배 초과하는 블랙홀도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 출처 : Nature Astronomy, Hyewon Suh et al., 'A super-Eddington-accreting black hole ~1.5 Gyr after the Big Bang observed with JWST', http://dx.doi.org/10.1038/s41550-024-024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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