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두 대통령, 결선투표서 승리 후 "모두를 위한 대통령"
금품살포·허위정보 유포 등 러시아 개입 의혹에 '시끌'
(모스크바·서울=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이도연 기자 = 친유럽과 친러시아 진영의 대결로 3일(현지시간) 치러진 몰도바 대선 결선투표에서 친유럽 성향 후보인 현 대통령이 승리했다고 AP·AFP,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몰도바 중앙선거관리위원회(CEC)는 4일 99.86% 개표 기준 '친유럽' 마이아 산두 현 대통령이 득표율 55.41%로 재선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친러시아 정당의 지지를 받는 알렉산드르 스토야노글로 전 검찰총장은 득표율 44.59%를 얻었다.
결선투표에는 168만여명의 유권자가 참여해 투표율은 약 54%를 기록했다.
산두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대선 1차 투표에서 42.45%의 득표율로 1위에 올랐지만, 과반 득표에 못 미쳐 2위 스토야노글로(25.98%)와 결선투표에서 맞붙었다.
산두 대통령은 당선이 확실시되자 승리 선언을 하고 "몰도바가 승리를 거뒀다"며 감격을 드러냈다.
이어 "모든 시민의 투표는 누구를 지지했느냐에 관계없이 우리나라 미래에 기여했다"며 "몰도바의 안정과 평온, 평화를 유지에 대한 스토야노글로 후보의 요구를 지지한다. 모두를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맹세한다"고 말했다.
몰도바는 동유럽의 소국이지만 대선이 친유럽과 친러시아의 진영 대결로 전개되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모았다.
대선기간 산두 대통령은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면서 러시아의 간섭과 부정부패를 몰도바가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유학한 그는 세계은행 미국 워싱턴 본부에서 근무하고 2012년 교육부 장관 제안을 받고 귀국, 2016년 부정부패 척결을 기치로 중도우파 정당인 행동과 연대당(PAS)을 창당했다.
그해 대선에서 낙선했으나 2020년 대선에서 '친러시아' 이고르 도돈 당시 대통령을 결선투표에서 제치고 집권에 성공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 몰도바도 우크라이나와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느낀 산두 대통령은 2022년 2월 EU 가입을 신청했고 그해 6월 가입후보국 지위를 받았다. 올해 6월에는 EU 가입 협상이 개시됐다.
산두 대통령이 정권 연장에 성공하면서 몰도바의 EU 가입도 흔들림 없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친러시아 분리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러시아의 영향을 받고 있어 가입 과정이 험난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스토야노글로는 부패 척결 실패를 이유로 산두 대통령에게 해임된 인물로, 자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EU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 러시아와 관계도 개선하겠다고 공약했다.
대선 패배에 그는 지지자들에게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침착함을 유지하라"고 당부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
몰도바 대선에서는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큰 쟁점이었다.
몰도바 당국은 1차투표 때 친러시아 사업가 일란 쇼르를 중심으로 친러시아 세력이 최대 30만명의 유권자에게 산두 대통령을 지지하지 말라며 금품을 살포하고 허위정보를 유포해 선거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당국은 이번 결선 투표일에도 "공격, 도발, 불안정을 꾀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라고 경고했다.
몰도바 경찰은 러시아 내 몰도바인이 벨라루스와 아제르바이잔, 튀르키예 주재 몰도바 공관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러시아 당국이 조직적으로 지원해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재외국민 투표를 겨냥한 사이버 공격이나 폭탄 공격 위협 등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유권자를 겁주기 위한 익명의 살해 위협 전화가 돌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러시아는 몰도바 측의 선거 개입 주장을 부인한다.
서방은 산두 대통령의 승리를 환영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X)에 축하 인사를 전하면서 "몰도바와 몰도바 국민의 유럽 통합적인 미래를 향해 계속 협력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도 축하 성명을 발표했다.
한편, EU 가입 찬반을 놓고 지난달 20일 대선 1차투표와 동시에 치러진 몰도바 국민투표에서는 '찬성'이 50.35%로 가까스로 과반이 됐다.
당시 미국, 유럽 등에 거주하는 재외국민 투표가 국민투표 통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는데 이번 결선 투표에서도 약 32만5천명의 재외국민 투표가 산두 대통령에게 큰 힘을 실어준 것으로 나타났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몰도바 중앙선관위는 국내 투표를 100% 개표한 결과 국내 득표율만 따지면 스토야노글로가 51.19%로 산두(48.81%) 대통령에 앞섰다고 집계했다.
가까스로 재선에 성공한 산두 대통령은 내년 총선에서도 친러시아 진영의 또 다른 도전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dy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