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2일(현지시간) 가톨릭 기념일인 '위령의 날'을 맞아 유·사산으로 죽은 태아의 넋을 위로했다.
교황청 관영매체 바티칸뉴스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이탈리아 로마 외곽의 라우렌티노 공동묘지에 있는 '천사의 정원'을 찾아 헌화하고 미사를 집전했다.
2012년에 조성된 이 정원은 600㎡ 넓이로 유·사산으로 죽은 태아들의 유해가 안치돼 있다.
교황은 2018년 11월에도 이곳을 찾아 미사를 집전하며 태어나지도 못한 아이들의 영혼을 위로한 바 있다.
교황은 이날 미사에서 강론을 생략하고 묵상에 집중했다. 그는 기도를 마친 뒤 "주님이 자비의 팔을 열어 이들을 받아달라"고 간구했다.
그간 교황은 "배우자나 부모를 잃은 분들을 위한 말씀은 있지만 자녀를 잃은 부모를 위로할 수 있는 말씀은 없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면서 "위로하려는 시도나 말조차 진부하거나 감상적으로 보일 수 있다"며 "좋은 의도로 말하더라도 상처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미사엔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로마 시장을 비롯해 100명이 넘는 가톨릭 신자가 함께했다.
자녀를 잃은 어머니들의 모임인 '희망의 불꽃' 회원들은 교황에게 세상을 떠난 자녀를 상징하는 흰색 스카프를 선물했다.
교황은 11월 한 달 동안 아들·딸을 잃고 슬퍼하는 모든 부모를 위해 기도할 예정이라고 바티칸뉴스는 전했다.
위령의 날은 '모든 성인의 날'(11월 1일) 이튿날로, 세상을 떠난 모든 신자의 영혼을 기억하자는 취지로 지정됐다. 베네딕토회 소속 프랑스 클뤼니 수도원에 의해 998년 보편화됐다.
이날 가톨릭교회 사제들은 성탄절과 마찬가지로 세 번의 미사를 바칠 수 있다.
교황은 전통적으로 매년 위령의 날에 특정한 묘지를 찾아 고인의 넋을 기리는 미사를 집전해왔다.
chang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