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세력 반대" VS "오너 독재 폐해"…한미그룹 갈등 격화

데일리한국 2024-11-04 18:44:55
사진=한미약품 제공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한미약품을 제외한 한미그룹 계열사 대표들이 4일 한미약품의 독립경영을 비판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자 한미약품은 이같은 공동성명서에 대해 “오너 독재 폐해”라며 맞받아쳤다.

4일 한미사이언스에 따르면 이날 북경한미약품 임해룡 총경리, 한미정밀화학 장영길 대표이사, 온라인팜 우기석 대표이사, 제이브이엠 이동환 대표이사, 한미사이언스 헬스케어사업부문 박준석 부사장 등 한미약품을 제외한 주요 계열사 대표들은 한미그룹 사내망에 공동성명서를 올렸다.

이들은 공동 성명서를 통해 “대주주일가가 부담해야 할 상속세 문제에 외부세력이 개입하면서 대주주 가족 간의 단합이 해쳐지고, 이로 인해 한미그룹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아무 기여가 없었고 글로벌 제약 바이오 산업에 문외한인 단순 주주가 본인의 주가 차익을 위해 잘못된 훈수를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룹 내의 일부 임직원들까지 실체가 불분명한 독립경영을 외부에 선언하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 8월부터 한미약품은 지주회사에 위임해 왔던 업무를 독립시키고 한미약품 내 조직을 별도로 신설했다.

이들은 “대주주 가족들은 화합하여 한미의 미래를 위해 모든 다툼을 즉시 중단하고, 국내영업 및 신제품, 신약 R&D, 글로벌시장 개척 등 핵심사업에 모든 역량을 기울여달라”며 “한미그룹의 단합을 위해 외부세력은 더이상 한미에 머물지 말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한미그룹의 미래를 위해 일부 주주 및 외부세력의 잘못된 경영 간섭을 단호하게 거부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한미약품은 ‘오너 독재 경영 폐해가 여실히 드러낸 성명’이란 제목의 성명 자료를 배포하며 이를 비판했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성명을 통해 “오너 독재 경영의 폐해를 여실히 드러낸 이번 한미사이언스의 일부 계열사 대표들의 성명 발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올해 3월 당시 경영진을 지지했던 북경한미약품 임해룡 총경리, 한때 부광약품 대표로 내정되기도 했던 온라인팜 우기석 대표의 이름이 성명서에 날인돼 있는 것을 보면서, 독단적인 오너 경영의 폐해가 무엇인지를 더욱 여실히 느끼게 됐다”며 “박준석 부사장과 장영길 대표는 다가오는 한미약품 임시주총에서 새로운 이사진 후보로 지명된 인사라는 점에서, 이해당사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독단적인 오너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계열사 대표들의 갈등과 고민, 고뇌도 함께 읽을 수 있었기에 한미약품이 추구하고자 하는 독자적인 전문경영인 체제는 더욱 굳건히 나아가야 한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면서 “한미약품은 이번 뿐만 아니라 지난 십수년 간 숱한 위기의 순간에서도 이를 잘 헤쳐 나갔다. 이번에도 정도와 원칙을 지키는 정도경영, 본업을 지켜내겠다는 사명감으로 한 치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미사이언스에 제안한다”며 “외부세력 개입 중단을 선언한 만큼, 특정 사모펀드에 회사를 매각하는 방식, 또는 제3의 기업에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매각하려는 시도를 오늘 이 시간부로 당장 중단해달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묵묵히 본연의 일에 집중하고 있는 한미약품 임직원들은 외부에서 유입돼 근무한지 반년이 채 안된 일부 한미사이언스 인물이 추진하는 여러 회사 매각 시도 등에 대해 큰 불안감을 갖고 있다”며 “투자라는 탈을 쓰고 서서히 발을 들이고 있는 ‘한미약품그룹 매각 시도’에 대해 한미약품은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