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스트레스 옮겨 아내가 아픈듯해”... ‘안양승격 명장’ 유병훈 감독, 참았던 눈물 흘렸다

스포츠한국 2024-11-02 16:35:04

[부천=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FC안양의 창단 첫 K리그1 승격을 이룬 유병훈 감독이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뜻밖의 사실을 알리며 눈물을 삼켰다.

유병훈 안양 감독.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유병훈 안양 감독.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안양은 2일 오후 2시 경기도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4 38라운드 부천FC와 원정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안양은 이 무승부로 승점 62점에 올라 리그 최종전을 남기고 마지막 경쟁자였던 서울 이랜드(남은 두 경기 전승해도 61점)를 따돌리며 K리그2 우승을 거머쥐었다. K리그2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자동 승격 자격에 따라 2013년 창단 후 11번째 시즌 만에 처음으로 K리그1 승격을 이뤘다.

각각 승격과 플레이오프 희망이 걸린 경기답게, 안양과 부천은 초반부터 서로의 공을 뺏고 뺏으며 치열하게 다퉜다.

먼저 골에 가까운 기회를 만든 쪽은 원정팀 안양이었다. 전반 29분 안양 공격수 유정완이 오른쪽에서 온 컷백 패스를 문전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빗맞으며 골대 왼쪽으로 힘없이 굴러나갔다.

후반 29분에는 부천 문전에서 안양과 부천 선수 여럿을 맞고 굴절된 공이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가기도 했다. 후반 33분에는 부천 박스 앞으로 흐른 공을 안양 야고가 오른발 감아차기로 연결했지만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다.

안양 입장에서는 답답함의 연속이었지만, 비겨도 승격과 우승을 이룬다는 점이 다행이었다. 결국 끝까지 무승부를 유지한 안양이 감격의 구단 첫 K리그1 승격을 이뤘다.

우승 후 기자회견에 임한 유병훈 안양 감독은 “이기든 지든 기자회견장에 앉는 게 가장 걱정되는 사람이었는데, 이날은 안양의 역사에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신 최대호 안양 시장님과 구단, 믿고 따라준 선수들, 함께 칼을 간 코칭스태프에게도 감사하다. 안양을 거쳐가신 감독님들 덕에 지금의 안양이 있었다. 또한 팬들이 청춘을 바쳐 응원해준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승격으로 조금이라도 그들의 청춘을 돌려준 것이면 좋겠다. 이날의 승리를 ‘안양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바보같은 녀석들’에게 바치겠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지난해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주며 재계약을 한 것부터 잘 쌓아왔다고 생각한다. 고비가 많았는데 잘 넘겨왔다. 3연패를 당하며 가라앉는 것 아닌가 싶었지만 짧은 전지훈련을 통해 고참들이 분위기를 주도하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다시 하나된 모습을 만든 덕에 지금의 결과를 만든 듯하다. 올해 좀비 같은 모습으로 시즌을 치러왔는데, K리그1에서도 그런 끈끈한 모습으로 살아남겠다”고 밝혔다.

유 감독은 마지막으로 우승 후 무엇을 가장 하고 싶냐는 질문에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아내가 갑상선 암 진단을 받았다. 나의 스트레스를 아내에게 옮긴 것 같아 미안하다. 큰 병원에 가서 정확한 조직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큰일이 아니길 빈다. 그래도 수술을 하면 괜찮아진다고 들었다. 힘들었던 사람들에게 시간을 돌려주고 싶다”며 힘겹게 눈물을 참고 기자회견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