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해리스냐 트럼프냐' 미국의 선택…누가 돼도 세계정세 예측불허
'러 파병' 북한군 우크라전 투입 초읽기…푸틴·김정은 밀착에 한반도 파장
'바이든 패싱' 네타냐후 가자·레바논 맹폭…가자휴전 협상 공회전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국제사회는 다음주 화요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을 필두로 동시다발로 세계 정세를 판가름낼 현안이 이어지는 격랑의 한주를 맞게 됐다.
미 대선이 5일(현지시간)로 사흘을 남겨두고도 판세를 읽기 어려운 초박빙인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터에서는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갔고, 중동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강대강 대치가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세계 정세는 그 어느때보다 중대기로에 서게 됐다.
특히 이같은 '3중 리스크'가 시계제로 속에 얽히고 설킨 채로 맞물리면서 국제 사회는 긴박하게 돌아가는 외교전으로 복잡한 고차방정식 해법을 찾으려 하고 있다.
◇ 미국 리더십 어디로…누가 돼도 예측불허
나흘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판세는 그야말로 초박빙이다.
전국적인 여론조사 결과는 물론 승부의 열쇠를 쥔 7개 경합주의 지지율도 1∼2%포인트 안팎밖에 나지 않는 데다 여론조사 업체와 시기, 방식에 따라 결과도 상반되게 나오는 혼전이 이어지고 있다.
유권자의 40%가 넘는 약 6천500만명이 31일까지 사전투표에 참여한 점도 변수로 꼽힌다.
전통적으로 높은 사전투표율은 민주당에 호재로 해석됐지만 이번 대선 때는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전투표를 적극 독려하면서 공화당 지지자의 투표율이 올라갔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누가 당선되더라도 향후 국제 사회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변화를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 보도에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극명하게 다른 외교 정책을 펴왔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누가 당선되더라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는 급격한 정책 변화를 주도할 가능성이 낮지만 미국 우선주의 기조로 치닫고 있는 정책 방향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유럽 외교관은 "민주당이 이기면 예전과 같이 돌아갈 수 있다는 일종의 환상이 있었지만, 아마도 일부 국가들은 현실을 직시하게 될 것"이라고 평했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해리스 부통령의 공약도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전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이를 미국 정책의 '트럼프화'(Trumpification)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 우크라 전쟁터에 북한군 투입 초읽기…한반도 안보도 파장
세계 패권국 미국의 리더십이 내주 판가름 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는 북한군 참전에 따른 우크라이나 전황의 급변에도 대비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미국 정부는 북한군 8천명이 이미 러시아 쿠르스크에 배치돼 군사훈련을 받고 있으며 수일 내 전투에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규탄에도 아랑곳 않고 미국 대선을 목전에 두고 미 동부까지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형' 발사를 감행하는 등 도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북러 밀착에 한반도 안보도 파장에 직면했다.
이 같은 상황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오는 4일 북한 문제를 공식 의제로 다루기로 했다.
이번 달 안보리 의장국을 맡은 영국의 바버라 우드워드 주유엔 대사는 북러 협력관계가 새로운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하며 해당 사안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인터뷰에서 "북한의 일방적, 적대적 행동은 유럽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며 "러시아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경우 상응하는 대응이 취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도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심화를 규탄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필요한 조치를 적극 취하기로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북한군에 맞서기 위해 미국에 장거리 미사일 사용 허가를 거듭 요청하고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1일 연설을 통해 "러시아가 북한군을 모으고 있는 현장을 모두 볼 수 있다"며 "장거리 미사일이 허용되면 예방적 공격이 가능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특히 "동맹국들이 필요한 장거리 능력을 제공하지 않고 북한군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기 시작할 때를 그저 기다리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앞서 한국에도 화포와 방공시스템 등 무기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4억2천500만달러의 군사 지원을 추가로 발표했다.
미 국방부는 방공 요격기와 로켓 시스템, 장갑차, 대전차무기 등을 지원한다고 밝혔지만, 우크라이나가 요구하는 장거리 미사일 허가는 포함되지 않았다.
◇ 물 건너간 휴전…중동 정세도 격랑 속으로
두 개의 전쟁 가운데 중동 지역 상황도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은 가자지구를 초토화했지만, 포성은 아직도 멈추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하마스의 편을 들었던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수장을 잇달아 제거한 뒤에도 레바논에 지상군을 투입하고 '저항의 축'을 지원해 온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에 대한 타격도 강행했다.
미국 정부가 대선 전 막판 외교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 휴전을 거듭 압박하고 이스라엘군 지휘부에서도 휴전에 힘을 싣는 기류가 감지되면서 한때 낙관적 전망이 흘러나왔지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레바논에 대한 공습을 멈추지 않으면서 협상이 또다시 물 건너간 모양새다.
로이터는 1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 적어도 68명이 목숨을 잃으면서 휴전 협상이 또다시 좌초됐다고 보도했다.
하마스는 이날 일시적인 휴전은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휴전안이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이스라엘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지난달 31일 며칠 안에 휴전이 성사될 수 있다고 발언했던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도 1일 이스라엘이 협상 진전을 막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란이 미국 대선 전에 이스라엘에 대한 재보복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미국 CNN은 백악관의 압박에도 대선 전 휴전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진단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 대선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으며 판세가 초접전인 상황에서는 더더욱 휴전이 성사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국제 정세가 어느 때보다 불안한 현시점에서 국제사회는 서방의 좌장 노릇을 할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될지 5일 미국의 선택을 주목하고 있다.
eshi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