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권자 10명 중 8명은 "선거 결과 뒤집으려는 폭력 시도 우려"
일부 지역 투표함 훼손…극단주의자들 갈등조장·폭력행위 가능성도
의회, 선거 인증절차 강화법 마련…"이번 선거 새 시스템 시험 계기"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미국 대선이 2일(현지시간)로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미 전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순조로운 투개표를 통해 이번 선거를 민주주의 축제의 장으로 만듦으로써,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미국이 민주주의의 모범임을 전 세계에 다시 한번 입증하기를 소망하고 있으나 이와 동시에 우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이번 대선은 미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줬던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 사건 이후 처음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이기 때문이다.
미국 사회엔 4년 전 대선에서 패배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들이 선거 결과에 불복하며 의사당에 난입한 사태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 간 대결이 초접전 양상을 띠고 있는 데다가 양측의 비방전이 과열되면서 지지자들간 무력 충돌 우려도 나온다.
이미 온라인상에선 인공지능(AI)을 이용한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있고, 여기에 선거제도를 둘러싼 양측간 소송전이 난무하면서 양측의 대립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공화당 측은 대선 승패를 좌우할 핵심 경합 주를 중심으로 다수의 소송을 제기해둔 상태이고, 민주당 측도 이에 맞서 법적 다툼에 대비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7월 13일 야외 유세 중이던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까지 발생한 바 있어 투표일을 전후해 후보에 대한 암살 시도나 테러와 같은 폭력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당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2020년 선거를 도둑맞았다고 여전히 주장하고 있고, 트럼프 전 대통령 본인도 이번 대선 결과에 승복할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아름다운 승복'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실제 미국 유권자 10명 중 약 8명은 이번 대선 결과에 따른 후유증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P통신과 NORC 공공사무연구센터가 최근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등록 유권자의 41%는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는 폭력 시도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했고, 35%는 "다소"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우려하지 않는다고 답한 유권자는 23%에 불과했다.
선거에 대한 우려는 곳곳에서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일부 지역의 투표함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이미 투표를 한 용지가 훼손됐다.
지난달 28일 미 서부 지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있는 2개의 투표함에서 화재가 발생해 3장의 투표용지가 훼손됐다.
워싱턴주 밴쿠버의 한 환승 센터에 있던 투표함에서도 불이 났다. 이에 투표용지 수백장이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밴쿠버에서는 앞서 이달 초에도 투표함에서 비슷한 화재가 발생했다.
이들 투표함 주변에서는 '발화성 장치'와 같은 의심스러운 기기가 발견되며 누군가 고의로 불을 저질렀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은 미국 내 극단주의자들이 이번 선거와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방해하기 위한 여러 폭력적인 행위를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잇따라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당국은 이들이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거나 투표함을 훼손하는 등의 폭력 행위 시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치 매체 더힐이 입수한 미 국토안보부와 연방수사국(FBI) 자료에 따르면 극단주의자들은 선거 사기 음모론을 믿거나 특정 후보나 정당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선거 관련 폭력의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당국은 보고 있다.
인터넷에서 정부 인사나 연방 요원 등에 대한 폭력을 준비하도록 독려하는 글들이 게시되는가 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 사건 이후 무력 충돌 등 폭력적 행동을 일으키려는 시도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당국은 올해 이런 글을 믿고 폭력적 활동을 준비한 5명을 확인했고, 이 중 3명을 실제 폭력 준비 혐의로, 나머지 2명을 폭력적 위협을 한 혐의로 체포했다.
미국 내 위협 환경이 고조되면서 국토안보부와 FBI 등 정보기관과 법 집행 기관들은 유기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만일의 위협에 대비하고 있다.
미 의회도 '1.6 의사당 난입 사건' 이후 선거 개표 개혁법(Electoral Count Reform Act)을 마련해 4년 전의 폭력사태가 다시 발생하는 것을 차단하고 나섰다.
이 법은 선거 결과에 이의 제기를 신속히 처리하도록 함으로써 선거 관련 분쟁을 빠르게 해결하고, 일부 지역이 선거 결과를 인증하지 않는 경우 주지사가 주 전체의 최종 결과를 인증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부통령이 선거 결과를 변경하거나 발표를 거부할 수 없고 의회가 헌법에 따라 권력 이양을 보장할 수 있도록 선거 결과를 인증하는 역할을 명확히 했다.
AP 통신은 "의사당 폭동 이후 처음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대통령 권력의 평화로운 이양이라는 미국의 오랜 전통을 보장하기 위해 의회가 마련한 새로운 시스템과 안전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시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