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류중일호가 쿠바와의 평가전에서 투수들의 릴레이 호투로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불펜투수들 모두 구위와 제구력, 변화구 구사 능력까지 완벽한 모습이었다. 이정도라면 선발진이 약한 현재, '불펜데이'를 구상해 볼만한 류중일호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일 오후 6시30분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쿠바 야구대표팀과 평가전에서 2-0으로 이겼다.
이날 승리를 이끈 것은 투수진이었다. 선발투수 곽빈이 2이닝 무실점 1피안타 1사사구 2탈삼진으로 쾌조의 출발을 했다. 이어 김택연(1이닝 무실점)-유영찬(1이닝 무실점)-이영하(1이닝 무실점)-김서현(1이닝 무실점)-김시훈(1이닝 무실점)-조병현(1이닝 무실점)-박영현(1이닝 무실점)이 마운드에 올라와 릴레이 호투를 펼쳤다.
이날 불펜진의 호투는 최근 선발진 약점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류중일호에게 큰 희소식이다. 당초 프리미어12 대표팀은 2024시즌 국내 선발투수 평균자책점 1위(3.66) 원태인, 2위(3.79) 손주영을 앞세워 탄탄한 선발진을 구축했다.
하지만 원태인은 한국시리즈, 손주영은 플레이오프에서 부상을 당했다. 빠르게 김시훈과 임찬규를 대체 발탁했지만 무게감에선 원태인과 손주영에 밀린다. 더불어 김지훈은 선발보다 불펜 경험이 더 많은 선수다. 1일 쿠바전에서도 불펜투수로 등판했다.
특히 류중일호는 손주영의 이탈로 현재 마땅한 좌완 선발투수도 없다. 그나마 최승용이 역할을 해줄 수 있지만 김시훈처럼 불펜투수로서 더 많은 활약을 했던 투수다. 류중일호에는 2024시즌 규정이닝을 채우며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선발투수도 이제 없다. 평균자책점 4.24를 작성한 곽빈이 가장 훌륭한 수치를 남긴 선발투수다.
또한 선발투수의 숫자 자체도 적다. 임찬규, 고영표, 엄상백, 곽빈까지 즉시 투입 가능한 선발투수는 4명 정도다.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투구수가 74개인 최승용까지 더해야 그나마 5명이 맞춰진다. 상무에서 선발투수로 활약 중인 조민석도 추가 자원으로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역대 1군 성적이 53경기(47이닝)에서 1승1패 4홀드 평균자책점 4.21에 불과하다. 최종 28인 명단에 합류할 가능성이 적다.
그런데 한국은 B조 예선에서 5경기를 치른다. 1경기를 믿고 투입할 수 있는 선발투수가 4명 정도인데 5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B조엔 일본, 대만, 도미니카공화국, 호주, 쿠바가 포진해 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이 확실하게 앞선다고 말할 팀이 없다.
이런 팀들을 상대로 선발투수 경험이 적은 최승용이나 김시훈을 투입해 억지로 선발투수 숫자를 맞췄다가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오히려 1경기 혹은 2경기 정도 불펜데이를 펼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마침 류중일호 불펜투수들의 질과 양은 훌륭하다. 시속 150km 초,중반대 패스트볼을 뿌리는 투수들이 즐비하다. 회전수가 높은 김택연과 박영현, 뛰어난 슬라이더를 갖춘 김서현, 유영찬, 전상현, 이영하 등이 포진하고 있다. 한국시리즈에서 맹활약하며 KIA 타이거즈의 우승을 이끈 좌완 스페셜리스트 곽도규도 있다.
실제 류중일호의 불펜투수들은 쿠바와의 평가전에서 뛰어난 구위와 정교한 제구력으로 무실점 행진을 펼쳤다. 불펜데이를 펼쳐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점을 증명한 경기였다.
올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팀은 다저스였다. 강력한 타선을 앞세운 다저스는 선발진의 약점을 불펜데이로 메우면서 우승을 거뒀다. 선발진이 약하고 불펜진이 강한 류중일호에게도 불펜데이는 좋은 방안이다. 고육지책이 아닌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류중일호가 프리미어12에서 불펜데이를 선택지로 넣을지 주목된다.
김서현. ⓒ스포츠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