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에서 처음으로 대기오염이 사인으로 인정된 어린이의 유족이 정부로부터 합의금을 받게 됐다.

1일(현지시간) 더타임스와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런던 남동부에 살다가 2013년 천식 발작으로 숨진 엘라 키시-데브라(사망 당시 9세)의 유족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합의로 종결했다. 합의금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엘라는 2020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사망진단서에 대기오염이 사인으로 기록된 사례다.

그는 교통량이 많은 남부순환도로에서 25m 떨어진 집에 살면서 걸어서 등하교했다. 7세 생일을 앞두고 천식을 앓기 시작했고 숨질 때까지 수차례 발작을 겪었다. 병원에 실려 간 것만 27차례였다.

사망 이듬해인 2014년 검시 보고서엔 급성 호흡부전이 사인으로 적혔다.

집 주변 대기오염이 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 로저먼드는 진상 규명을 위해 나섰다.

결국 검시 담당 법원은 2020년 사인 재조사를 통해 대기오염에 노출된 것이 엘라의 죽음에 실질적 영향을 미쳤다는 결론을 내렸다.

법원 결정문에 따르면 엘라의 집 인근의 이산화질소와 미세먼지 수준은 영국 국내 기준뿐 아니라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연합(EU) 지침을 초과했다.

대기오염 수준을 법적 기준만큼 낮추지 못한 것이 사망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고 엘라의 가족이 이와 관련한 정보를 받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후 로저먼드가 이끄는 추모 재단은 환경식품농업부와 교통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엘라의 '질병과 조기 사망'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로저먼드는 "엘라가 돌아오지는 않기에 승리가 아니다"라면서도 "엘라에게 일어난 일을 인정하고 대기오염이 공중보건 위기라는 점을 확고히 인식시키게 됐다"고 말했다.

로저먼드는 깨끗한 공기를 마실 권리를 인권으로 규정하는 '엘라법' 제정을 정부와 의회에 촉구하고 있다.

정부는 그에게 보낸 성명에서 "다시 한번 당신의 상실에 진심으로 유감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공기 때문에 고통받아선 안 된다"며 "모든 이의 대기오염 노출을 줄이기 위해 포괄적이고 높은 목표를 가진 '청정 공기 전략'에 전념하겠다"고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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