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트라우마 겪어…"거울 보기도 공포, 자신을 두려워해"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2년 반 넘게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생긴 상이군인 가운데에는 얼굴에 심각한 외상을 얻은 이들도 적지 않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31일(현지시간) 외모에 대한 심각한 트라우마를 동시에 얻는 이런 유형의 부상자들이 재건 수술의 도움을 받아 희망을 되찾고 있다고 소개했다.
올렉산더 디두르(32)는 러시아군의 침공 당시 우크라이나 동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한 공장 대공포대에 배치돼 수 주 동안 포위공격을 받았다.
탱크 포격으로 크게 다친 채 발견된 그를 애초 러시아군은 사망자로 분류했지만, 러시아 군의관이 디두르의 숨이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디두르는 "군의관의 표현을 빌리면 내 상태는 '어찌 된 일인지 아직 말할 수 있는 살덩어리'였다"고 회상했다.
포로로 잡혀 응급수술을 받은 디두르가 의식을 되찾았을 때 그는 앞을 볼 수 없었다. 수용된 기간에 오른쪽 눈의 시각은 돌아왔지만 왼쪽 눈은 돌아오지 않았다.
15개월간 전혀 치료받지 못한 디두르는 포로 교환을 통해 우크라이나로 돌아온 뒤에야 산산조각 난 얼굴의 재건 수술을 받았다.
여러 차례 수술에도 여전히 그의 얼굴에는 이마부터 턱까지 흉터가 남았고 왼쪽 눈이 있던 자리는 오른쪽 눈보다 조금 올라가 있다.
디두르는 원래 자신의 눈동자 색인 갈색 대신에 녹색 눈동자의 의안을 골랐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리고 싶어 녹색을 골랐다"며 "사람들에게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인 현실이고 결코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디두르는 키이우의 이마테 병원에서 매일 자신과 비슷한 부상을 얻은 병사들을 상담해주고 있다.
올해 4월 돈바스에서 기관총 사수로 근무하다가 다친 빅토르는 얼굴과 뇌, 왼쪽 눈 등에서 파편을 제거하는 수술을 여러 차례 받았다.
그는 "두 눈을 모두 잃어버릴 뻔했기 때문에, 한 눈을 잃은 것은 그렇게 끔찍한 일은 아니다"라며 "그저 감사할 뿐이다. 한쪽 눈으로 사는 삶에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부상자의 3분의 1가량이 이처럼 안면 부위를 다쳤다. 이들은 깊은 심리적 상처를 지속적으로 받는다.
두개안면 전문의인 드미트로 필로넨코 박사는 "이런 부상병들은 자신을 두려워하게 될 수 있다"며 "이들은 거울을 보는 것을 공포스러워하고, 아이가 자신을 껴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까 걱정한다"고 말했다.
그의 환자 중에는 얼굴의 절반을 잃은 사례가 있었는데, 얼굴을 본 아들이 울면서 도망쳤다고 한다.
현재 이 병원에서는 3D 프린터를 이용해 두개골 임플란트를 만들고 얼굴의 상처를 복원한다.
다만 의안은 기술자가 직접 홍채를 칠하고 환자의 기존 눈과 색을 맞춘다.
기술 전수를 위해 키이우를 찾아온 독일인 안과 의사 루트 뮐러벨트는 "매우 정밀하고 섬세한 작업이라 아직 3D 프린터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하지만 앞으로 몇 년 안에는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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