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홍여정 기자] 서울 강북권 역세권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 착공에 이어 서울역 북부역세권도 이 달 첫 삽을 뜬다. 강북권 개발은 서울시가 신설한 균형발전형 사전협상제로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광운대역세권(광운대역 물류부지) 개발 사업이 착공식을 진행했다. 사전협상 대상지로 선정된 지 15년 만이다.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은 서울시 노원구 월계동 광운대역 인근 15만㎡ 규모 철도시설 용지에 사업비 4조5000억원을 투입해 최고 49층 높이 복합단지를 건설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H1프로젝트’로도 불리는 이 사업의시공은 HDC현대산업개발이 맡는다. 준공은 2028년 목표다.
사업 브랜드는 ‘서울원’이다. 복합용지에는 주거시설과 스트리트몰로 구성된다. 주거시설은 8개 동으로 분양형 공공주택, 공공임대, 레지던스 총 3032가구가 조성된다. 공동주택 ‘서울원 아이파크’는 오는 11월 분양 예정이다. 나머지 2개 동에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직접 운영하는 프리미엄 웰니스 레지던스가 지어진다.
상업용지에는 오피스와 호텔, 상업시설이 조성된다.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은 미국 호텔 체인 메리어트와 서울원 복합건물에 메리어트 호텔을 조성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공공용지에는 공공기여금 2864억원을 활용해 도서관, 주민센터, 기숙사 등이 건설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 부지로 본사 이전을 추진하고 있으며, 개발사업 일부를 분양하지 않고 직접 보유·운영한다.
이달에는 ‘강북의 코엑스’로 평가받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 사업이 착공에 들어간다. 이 사업은 철도 유휴부지인 서울시 중구 봉래동2가 일원에 마이스(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시설과 오피스, 호텔, 오피스텔 등이 결합된 대규모 복합단지를 건설한다.
해당 부지에는 연면적 약 34만㎡ 지하 6층∼최고 지상 39층 규모 건물 5개동이 들어선다. 시공은 한화 건설부문이 맡았으며 사업 시행은 한화임팩트, 한화, 한화커넥트,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출자해 설립한 서울역북부역세권개발이 시행을 맡는다.
한화 건설부문에 따르면 한화 컨소시엄은 지난해 10월 토지매입을 위해 740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을 조달한 데 이어 1년여 만에 2조1050억원 규모의 본 PF 전환을 마쳤다. 지난 2021년 서울시와 공공기여 사전협상을 완료하고 개발 계획안을 확정한 지 3년여 만에 관련 인허가를 마무리했다.
한화 컨소시엄은 건설, 서비스·레저, 자산관리, 투자 등 복합개발사업 전 분야에서 뛰어난 계열사 경쟁력을 바탕으로 장기적 사업계획을 수립해 추진할 예정이다. 준공 후 자산 매각 대신 보유자산으로 두고 운영하며 지속적인 자산가치 상승을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사전협상 대상지 추진 현황 ⓒ서울시사전협상제도란?
앞서 두 사업은 2009년 서울시가 최초 도입한 ‘사전협상’으로 진행됐다. 사전협상은 5000㎡ 이상 대규모 부지를 개발할 시 공공·민간사업자가 협상해 개발계획을 수립하는 제도다. 사업성을 높이고 그에 따른 계획이득 일부를 공공기여로 확보해 지역 여건 개선 등에 활용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광운대역물류부지, 서울역 북부역세권 외에 총 18개 구역이 사전협상을 통해 도시관리계획 결정을 마쳤거나 진행 중이다.
강북권 주요 사업에는 서울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이하 삼표 부지) 개발 사업과 동서울터미널 개발 사업이 있다.
삼표 부지는 지난 2022년 사전협상 대상지로 선정됐다. 서울시는 민간사업자인 SP성수PFV와 올해 사전협상을 마치고 내년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는 중이다. SP성수PFV의 주주는 삼표산업(보통주·우선주 포함 지분율 95%)과 NH투자증권(지분율 5%)이다.
시는 공장 철거 부지를 서울숲과 연계한 업무, 상업 등 첨단문화 복합거점으로 재탄생시켜 전 세계 관광객이 찾아오는 대표 명소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해당 부지의 도시계획변경으로 확보되는 공공기여 규모는 약 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시는 공공기여금을 서울숲 고도화, 첨단 문화거점 조성, 광역적 교통체계 개선, 지역 공공시설 확충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2022년 사전협상을 시작한 동서울터미널 복합개발사업은 올해 6월 서울시가 '동서울터미널 부지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및 지구단위계획 결정안'을 열람 공고하며 가시화됐다.
해당 사업은 민간사업자인 신세계동서울PFV가 맡는다. 최대주주는 신세계프라퍼티로 지분 80%(2022년 말 기준)를 보유하고 있으며 HJ중공업과 KDB산업은행, 이마트 등이 나머지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다.
해당 부지에는 지하 터미널·환승센터를 비롯해 지상부 수변 휴식·조망 공간, 공중부 상업·업무시설 등을 배치한다. 노후한 여객터미널은 현재 지상 1층에 있는 승하차장과 주차장을 지하화(지상 1층~지하 3층)한다. 지상 시설에는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이마트 본사도 들어설 예정이다.
다만 내년 하반기 착공 목표에는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임시정류소로 구의공원이 추진되는 것을 두고 공사 과정에서의 피해를 우려한 인근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어서다.
서울시, 균형발전형 사전협상 신설
서울시는 기존 사전협상 제도를 개선한 ‘균형발전형 사전협상’을 신설했다. 강북 권역의 추가적인 규제 완화와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을 유도해 강남과 강북을 고르게 발전시킨다는 목표다.
대상지에는 동북·서북권 내 지역 활성화가 필요한 8개 자치구(동대문·중랑·성북·강북·도봉·노원·은평·서대문구)가 우선 선정됐다. 지역내총생산(GRDP), 지가, 업무시설 분포 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강북권 복합개발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균형발전형 사전협상 대상지로 선정되면 일자리 창출 용도 도입 비율에 따라 공공기여 비율이 최대 50%까지 완화되고 상한용적률 인센티브가 활성화된다. 협상기간도 기존 6개월에서 3개월 내로 단축돼 사업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제도를 통해 광운대역 물류부지와 같이 성공적인 개발 사례가 강북권역 전반으로 확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