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주당 154만원대까지 치솟았던 고려아연 주식이 기습적인 유상증자 발표 이후 급락했다. 경영분쟁 이슈로 고려아연의 주식은 가파르게 상승해 지난달 29일 154만원대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30일 기습적인 유상증자 발표 이후 고려아연의 주식은 하루 만에 50만원 가까이 떨어졌고, 여기에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전방위적인 조사에 나서면서 결국 100만원대 밑으로 하락했다.

지난달 30일 경영권 방어 대책 논의를 위해 긴급이사회를 연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고려아연 본사 로비 모습.ⓒ연합뉴스

네이버페이 증권의 1일 오후 12시 기준 고려아연 주식은 전날 종가보다 주당 1만7000원 하락한 98만2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영풍그룹 산하의 종합비철금속제련업체인 고려아연은 올해 8월까지 주당 4~50만원대의 가격을 형성했다. 9월부터 영풍그룹과 MBK파트너스 간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 이슈가 터지면서 고려아연의 주식 가격은 지속적으로 올라 지난달 29일 종가 기준 154만3000원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고려아연은 30일 긴급 이사회를 통해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을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고려아연은 발행주식 20%에 육박하는 보통주 373만2650주를 주당 67만원에 일반 공모 형태로 신규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조달 금액은 2조5000억원으로, 이중 2조3000억원을 차입금 상환 목적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공시 이후 이날 고려아연의 주식 가격은 29.94%(46만2000원)가 하락해 108만1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영풍·MBK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지분율 우위를 점하기 위해 회사가 돈을 빌리고, 빚은 주주가 갚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가 끝나기 전에 유상증자를 계획했으면서 이를 제대로 공시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에 공시 다음날인 31일 오전 금감원은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및 유상증자와 관련,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고려아연 유상증자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도 검토하고 있다.

현장 조사는 극비리에 진행한 것으로 판단된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조사팀이 들어와 있는 것은 맞다”며 “내부적으로도 (조사가 들어올지)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알려진 내용이 거의 없다 보니 해당 조사가 언제 끝날지 가늠이 안되는 상태”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의 현장 조사가 있던 이날 오후에는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긴급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기간 유상증자를 추진한 경위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살펴보고 부정한 수단 또는 위계를 사용하는 부정거래 등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해당 회사, 관련 증권사에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 이사회가 차입을 통해 자사주 취득해서 소각하겠다는 계획, 그 후에 유상증자로 상환할 것이라는 계획을 모두 알고 해당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했다면 기존 공개매수 신고서에는 중대한 사항이 빠진 것이고, 부정거래 소지가 다분한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또한 "입증을 거쳐 불공정거래가 확인되면 신속한 처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에 이첩할 것"이라며 "증권신고서 정정요구도 필요하면 계속하고, 심사, 조사, 검사, 감리 등 법령상 권한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덧붙였다.

고려아연 정정요구서는 오는 14일 효력이 발생한다. 금감원은 그 기간 내 정정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함 부원장은 “자사주 공개매수, 유상증자 모집주선을 수행한 사람이 같고, 이 사무 취급을 위해서는 실사해야 하는데 같은 시기에 진행됐다면 독립적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며 “미래에셋증권도 부정거래를 알고 방조했다면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앞서 금감원은 이달 초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양측의 공개매수 양상이 과열되자 불공정거래 조사에 착수했다. 이어 고려아연·영풍에 대한 회계심사에도 착수했다.

금감원은 불공정거래 조사와 관련해서는 공개매수 과정에서 각종 풍문유포, 위계 사용 등 부정거래행위, 시세조종·시장교란, 공개매수 및 유상증자 정보공개 전 미공개정보 이용행위 등을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