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법인이 1일 공식 출범하면서 자산 105조원 규모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민간 최대 종합에너지기업이 닻을 올렸다. 지난 7월 양사의 합병 발표 이후 3개월간의 합병 절차가 마무리됐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의 합병과 함께 자회사인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의 합병 절차를 마쳤다. 내년 2월1일에는 SK온과 SK엔텀과의 합병도 끝낼 예정이다.
이로써 SK이노베이션은 석유에너지와 화학, LNG(액화천연가스), 전력,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등 현재 에너지와 미래 에너지를 모두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SK이노베이션은 “각 사업과 역량을 통합해 다양한 에너지 수요에 대응하는 맞춤형 에너지 설루션을 제공하는 ‘종합에너지·설루션 컴퍼니’로 진화·발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SK이노, 초대형 종합에너지사 탄생…‘SK온 트레이딩인터’, 원소재 조달 능력 확보
새로 출범한 SK이노베이션 합병법인은 현재부터 미래까지 모든 에너지 산업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석유·화학 사업의 경쟁력에 기존 SK E&S가 민간 최초로 통합·완성한 LNG 밸류체인까지 더해지면서 석유, 가스, 전력 등 주요 에너지 사업 전반에 걸쳐 안정적 포트폴리오를 갖춘 기업으로 재탄생했기 때문이다.
합병법인은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수소, 에너지 설루션 등 미래 친환경 에너지 시장에서 주도권을 이어갈 기반을 확보했다. 자산 100조 이상의 글로벌 민간 에너지사 가운데 이 같은 사업구조를 갖춘 기업은 드물다는 게 에너지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LNG 밸류체인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에도 기존 SK E&S가 연간 1조원 이상의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기반이 돼 온 만큼, 합병법인의 안정적 수익력 확보 및 미래사업 투자를 위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합병으로 출범한 ‘새 SK이노베이션’은 종합 에너지사로의 차별적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최적화된 조직도 갖췄다. 합병 후 기존 SK E&S는 SK이노베이션 내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로 운영되며, 새 사명 ‘SK이노베이션 E&S’를 사용하게 된다. 기존 SK E&S의 ‘그린 포트폴리오’ 4대 핵심 사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통합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체제를 택했다는 평가다.
11분기 연속 적자였던 SK온도 재무건전성을 확보할 전망이다. SK온이 이번에 합병한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의 새 사명은 ‘SK온 트레이딩인터내셔널’이다. 이번 합병을 계기로 배터리 원소재 조달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는 등 본원적 사업 경쟁력을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 ‘합병 시너지’와 ‘미래 성장’ 위한 사업 조정작업 착수
SK이노베이션은 지난 7월 합병 추진 발표 직후 ‘통합 시너지 추진단’을 출범시켜 사업 시너지 창출에 나서고 있다. 추진단은 LNG 밸류체인, 트레이딩, 수소, 재생에너지를 4대 Quick-Win(퀵윈, 즉각적 성과) 사업영역으로 선정해 구체적 사업화에 착수했다.
우선 SK 울산콤플렉스(CLX) 내 자가발전 설비를 구축하고 LNG를 직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전력 생산·공급 안정성을 높일 수 있고, 비용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또 SK이노베이션 E&S가 개발 중인 호주 바로사 깔디타(CB) 가스전에서 추출한 컨덴세이트(천연가스 채굴 시 부산물로 생산되는 휘발성 액체 탄화수소)를 SK이노베이션이 직접 확보·활용하는 사업이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국제 원유 시장에서 제품 판매 경쟁력을 강화하고 운영 효율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최근 신설한 ‘Energy Solution사업단’과 SK이노베이션 E&S가 운영했던 에너지 설루션 사업의 협업도 기대된다. 에너지 설루션 사업은 에너지 공급 안정성과 함께 비용절감, 탄소감축 등을 위한 고객 맞춤형 설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사업단은 SK그룹 관계사의 전력 수급을 최적화하는 사업과 AI 데이터 센터 등에 토탈 에너지 설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연구개발(R&D) 역량으로 SMR(소형모듈원자로),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사업을 지속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이날 구성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번 합병으로 균형 있는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갖추 미래 성장을 그릴 수 있게 됐다”며 “사업간 시너지로 고객과 시장을 확장해 나가자”고 말했다. 이어 “원팀으로 SKMS(SK경영관리체계)의 패기와 수펙스 정신을 발휘해 SK이노베이션의 안정과 성장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추형욱 SK이노베이션 E&S 사장도 “독립적인 CIC 체제를 통해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합병 시너지를 창출해 안정성과 성장성을 배가시켜 나갈 것”이라며 “합병법인의 다양한 에너지원과 사업과 기술 역량을 결합해 에너지 산업 혁신을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 2일까지 최태원 회장 참여 'SK CEO 세미나'…추가 리밸런싱,연말 인사 주목돼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SK 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참여하는 'CEO 세미나'를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연다. 이 자리에서 추가적인 사업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
연말에는 대규모 인사도 이뤄질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E&S 합병에 앞서 계열사 3곳의 인사도 단행됐다. 주력 자회사인 SK에너지는 1년도안되어 수장이 교체됐다.
이에 따라 신임 김종화 SK에너지 대표, 최안섭 SK지오센트릭 대표, 이상민 SK아이이테크놀로지 대표가 새로 선입됐다. 이들은 모두 이공계 출신으로 현장과 기술에 집중해 본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구상이 인사에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