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에도 기술이 필요하다…신간 '설득의 인문학'

연합뉴스 2024-10-26 10:00:19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살다 보면 말 한마디 때문에 여러 어려움에 봉착할 때가 종종 있다. 특히 권력자나 선임자가 부당한 부탁을 하거나 친한 두 친구 사이에서 누군가의 편을 들어야 할 때, 우리는 불가피하게 거절도 해야 하고 때에 따라 친구를 향해서 비판도 해야 한다. 나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완고한 상대방을 설득해야 하는 경우는 더 흔하다.

최근 출간된 '설득의 인문학'(씨엘)은 이런 쉽지 않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을 수록한 책이다. 아주대 불문과 박만규 교수가 인지과학과 언어학 등을 토대로 납득하기 어려운 상대방을 설득하는 해법을 제시한다.

전통적으로 설득이란 내가 잘 알고 있는 것을 상대에게 전달해 상대방을 내 쪽으로 움직이게 하는 행위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이는 설득이 아니다. 이렇게 접근하면 설득은커녕 오히려 서로의 관계만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설득이란 오히려 내 생각을 '상대방의 프레임에 맞추어서 전달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여기서 프레임이란 어떤 대상을 사고할 때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즉각적이고 무의식적으로 형성되는 '사고의 틀'을 말한다. 저자는 사고가 얼마나 프레임에 의존하고 있는지, 프레임이 얼마나 언어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살펴본 뒤,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프레임 사용법을 설명한다.

가령 버스 노선 '폐지'보다는 버스 노선 '변경'처럼 부정 프레임보다는 긍정 프레임이 상대방을 설득하는 데 유리하다. 또한 공개 석상에서 한 사람이 너무 말을 많이 할 때는 '그만하라'면서 다그치기보다는 '생각해볼 점이 많네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처럼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제동을 가하는 방법도 있다.

이 밖에도 저자는 너무나 자명한 질문에 당황해하지 않고 대처하는 방법, 완화된 표현으로 말하며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기법, 무례한 손님을 현명하게 대하는 방법 등 다양한 설득의 기술을 전한다.

4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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