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부자 "망연자실해 앉아만"…김수미 별세에 방송가 '비통'(종합)

연합뉴스 2024-10-25 18:00:05

김영옥 "가짜뉴스인 줄"…탁재훈 "마지막 영화 함께해 다행"

"정 많고 의리 있는 사람"·"어머니·친누이 같은 분"…애도 물결

배우 김수미 별세…향년 75세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오명언 기자 = "20일 전쯤 통화를 했는데, 그때만 해도 건강이 괜찮다고 했어요. 내가 한 번 가볼까 물었더니 '다 나았어, 괜찮아' 하기에 나중에 보자고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가 버리니 너무 마음이 아파요."

배우 김영옥(86)은 2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동료 김수미의 부고 소식을 듣고 "믿을 수가 없어 유튜브 가짜 뉴스인 줄 알았다. 너무 큰 충격이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김영옥은 1978년 MBC 드라마 '행복을 팝니다'에 함께 출연한 이후 김수미와 4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각별한 사이로 지냈다.

그는 고인에 대해 "천생 연예인"이라며 "일에 목마른 사람처럼 오늘날까지 미친 듯이 뛰어왔다"고 회고했다.

고인과 평소 친분이 깊었던 방송계 선후배들은 급작스러운 부고에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배우 강부자(83)는 "수미는 뭘 하고자 하는 욕심이 많아서 이것저것을 많이 했다. 특히 근래에는 일을 너무 많이 했다"며 "입원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며칠 있으면 벌떡 일어나서 일 잘하겠지' 생각했는데 너무 망연자실해서 앉아만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미가 내 남편이 자기 친정아버지와 닮은 점이 많다면서 남편을 아버지라고 불렀다"며 "내 가족까지 정성스럽게 챙겨준, 정 많고 의리 있던 사람"이라고 추억했다.

배우 김수미 별세…향년 75세

고인과 절친한 사이였던 코미디언 임하룡도 "친누이 같은 분이셨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니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영화 '맨발의 기봉이'도 같이 찍었고, 예능 프로그램도 함께 출연했다"며 "같이 예능에 나가면 일부러 말 걸어주시면서 한마디라도 (분량을) 챙겨주려고 노력하셨다. 방송에서도, 사석에서도 늘 후배들에게 잘해주시던 분이었다"고 떠올렸다.

김수미가 생전 '양아들'처럼 아낀 가수 겸 방송인 탁재훈은 "촬영 때문에 이제 막 캐나다 토론토에 도착했다가 뉴스를 봤다. 갑자기 이렇게 되실거라 전혀 예상하지 못해 너무 당혹스럽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면서 "빈소도 가보지 못할 것 같은데 어떡하느냐"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고인께) 고마운 일도 많고 추억도 너무 많아서 한 가지만 꼽기 힘들 정도"라며 "제가 재미있게 해드리면 그걸 참 좋아하셔서 많이 까불고 웃겨드리려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영화에 대한 의지가 강하셨는데 꼭 하고 싶어 하신 영화를 마지막에 같이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개봉한 영화 '가문의 영광: 리턴즈'(2023)에서 고인과 함께 호흡했다.

고인과 가까이 살며 모자 사이처럼 지낸 코미디언 정준하도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며 비통해했다.

그는 "우리 집 바로 근처에 살고 계셔서 평소에도 늘 친어머니처럼 잘 챙겨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 추석 때도 인사드렸는데, 지금 너무 경황이 없고 마음이 힘들다"고 슬픔에 말을 잇지 못했다.

김수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tvN 요리 예능프로그램 '수미네 반찬'을 연출한 문태주 PD는 "평소에도 프로그램 잘 보고 있다고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갑자기 부고를 들어서 경황이 없다"고 힘겹게 말을 이었다.

문 PD는 "고인은 열정이 넘치는 분이었고, 음식에 진심인 분이었다"고 말했다.

김수미가 출연한 코미디 영화 '가문의 영광 4'(2011)과 '가문의 영광: 리턴즈'를 연출한 정태원 감독은 "우리나라가 매우 어렵던 시절 국민에게 웃음과 위로를 준 배우"라고 추모했다.

정 감독은 "현장에선 배우와 스태프를 자기 자식처럼 챙겨준 어머니 같은 분이었다"며 슬픔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김수미는 올해 5월 피로 누적으로 성동구 한양대병원에 입원해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이날 오전 8시께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서울성모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ramb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