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대형마트 '복합쇼핑몰'화…"쇼핑과 여가 뗄 수 없다"

스포츠한국 2024-10-25 16:36:19
타임빌라스 수원점 ⓒ롯데백화점 타임빌라스 수원점 ⓒ롯데백화점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점차 ‘복합쇼핑몰’화 되고 있다. 단순히 물건을 사는 쇼핑을 위해 매장을 찾는 경우가 줄어들고, 다양한 경험과 휴식을 동반한 여가형 방문에 대한 니즈가 커지면서다. 이에 국내 유통기업들은 기존 매장의 쇼핑 공간은 줄이고, 체험 공간을 늘리는 리뉴얼을 하나의 ‘신사업’으로 확정하고 대규모 투자에 나선 모습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지난 23일 ‘타임빌라스 그랜드 오픈 및 쇼핑몰 중장기 전략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2030년까지 신규 쇼핑몰 브랜드 타임빌라스(TIMEVILLAS)에 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쇼핑몰 수도 13개까지 늘리기로 했다.

첫 번째 타임빌라스는 수원점이다. 기존 백화점 공간의 70%를 갈아엎으며 롯데백화점 역사상 최대 규모 리뉴얼을 단행했다. 수원점은 캠핑과 직수입 아웃도어, 스포츠관, 프리미엄 미식 공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적용했다. 이에 지난 5월 타임빌라스로 전환 후 신규 고객 매출은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은 수원점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인천 송도와 대구 수성, 서울 상암, 전주에 4개의 신규 쇼핑몰을 세우고 전북 군산점과 광주 수완점, 동부산점, 경남 김해점 등 기존 6개점을 쇼핑몰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롯데몰(아웃렛)로 운영하는 서울 은평점과 경기 수지점도 타임빌라스로 전환할 예정이다.

쇼핑몰이 계획대로 늘어나면 회사의 사업별 포트폴리오(매출 구성비)도 달라진다. 백화점이 지난해 기준 75%에서 2030년 60%로 낮아지고, 쇼핑몰은 1%에서 30%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렛은 같은 기간 24%에서 10%로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백화점은 포트폴리오 변경을 통해 2030년에 매출 6조6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여전히 백화점이 오프라인 유통의 주력이지만 최근 당사와 경쟁사 모두 5% 이하 저성장 중”이라며 “쇼핑몰은 향후 15년~20년간 성장하는 비즈니스 모델이자, 국내 리테일 산업의 주축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스타필드 수원 '별마당 도서관' ⓒ임현지 기자 스타필드 수원 '별마당 도서관' ⓒ임현지 기자

이 같은 변화는 롯데백화점뿐 아니라 유통 대기업들의 공통된 행보다. 신세계는 지난 2016년부터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를 운영해왔다. 기존 이마트 매장도 쇼핑몰화를 진행, 지난 3월 이마트 연수점을 문화 콘텐츠 등을 결합한 ‘몰타입 미래형 대형마트’로 리뉴얼했다. 연수점은 리뉴얼 개장한 3월30일부터 4월30일까지 약 한 달간 매출이 전년 동기간 대비 18%가량 증가하는 효과를 거뒀다.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이마트 죽전점은 ‘스타필드 마켓’으로 변신했다. 유명 맛집과 패션, 라이프스타일 중심으로 입점 브랜드를 바꿨고, 여유로운 휴식 공간을 위해 스타벅스는 기존 30평에서 130평으로 확대했다. 회사에 따르면 리뉴얼 후 신규 고객은 전년 대비 173%, 식음료(F&B) 브랜드 매출은 261%,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매출은 888% 신장했다.

백화점 역시 외출을 자제하던 코로나19를 전환점 삼아 변화가 일어났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020년 말, 서울 영등포점을 MZ세대 취향을 기준으로 리뉴얼한 바 있다. 1층엔 화장품, 2층엔 패션으로 구성됐던 전통 방식을 탈피하고 소셜미디어 상에서 이슈되고 있는 맛집과 편집숍, 체험형 복합 시설들을 1~2층에 적극 도입했다.

그보다 앞선 2020년 3월에는 갤러리아 수원 광교가 오픈했다. 이는 갤러리아가 10년 만에 오픈하는 신규 점포로, ‘백화점엔 창문이 없다’는 공식을 벗어나 백화점 최초로 전 층에 빛이 들어오는 나선형 창을 적용해 눈길을 끌었던 곳이다. 케이지에 넣은 반려견 출입 허용, 통유리로 만들어진 루프 스퀘어 등을 도입해 전통과 파격이 공존하는 매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더현대 서울 사운즈 포레스트 정원 ⓒ임현지 기자 더현대 서울 사운즈 포레스트 정원 ⓒ임현지 기자

2021년 서울 여의도에 등장한 더현대 서울은 백화점 판도를 바꿨다. 팝업스토어와 개성 넘치는 편집숍들을 입점했고 실내 분수, 사운즈 포레스트 정원 등을 통해 기존 백화점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공간 혁신을 보여줬다. 이에 더현대 서울은 국내외 고객들의 ‘서울 여행 필수 코스’로 꼽힌다. 지난달 현대백화점 부산점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커넥트 현대’ 1호점으로 탈바꿈했다.

정지영 현대백화점 대표는 지난 23일 열린 글로벌패션포럼에서 “기존 백화점의 서비스를 넘어 새 미래 현대백화점의 모습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새로운 개념의 콘텐츠를 연구하고 개발했다”며 “우리의 경쟁 상대는 롯데월드나 에버랜드 같은 곳”이라고 밝혔다.

정용진 신세계 회장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 정 회장은 2019년 ‘화성국제테마파크 비전 선포식’에서 “신세계그룹이 가진 모든 사업 역량을 쏟아 세상에 없던 테마파크를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 신세계는 파라마운트글로벌과 손잡고 경기 화성시에 스타필드와 테마파크, 워터파크, 호텔 등을 집약한 복합단지 ‘스타베이 시티’를 건립한다. 2029년을 개장을 목표로 4조57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