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의원 간 폭행까지…자정 의지 사라진 지방의회 민낯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전북지역 시·군 기초의회 의원들이 잇따른 범죄로 물의를 빚고 있다.

음주운전에서부터 폭행·스토킹 등 중범죄까지 서슴지 않아 최소한의 자정 의지마저 사라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옛 연인을 폭행하고 스토킹한 혐의로 이날 법정에 선 유진우 전 김제시의원은 변호인을 통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유 전 의원은 시의원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12월 헤어진 여성이 다니는 직장을 찾아가 볼을 꼬집고 가슴을 밀치는 등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이 여성을 직장 밖으로 끌고 나간 뒤 욕설하며 얼굴에 침을 뱉기도 했다.

김제시의회는 사건 발생 5개월 만인 지난 4월에야 그에 대한 제명안을 의결하고 "시민들께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음주운전을 저지른 기초의원들은 비일비재하다.

이경애 완주군의원은 지난 4월 삼례역 인근에서 술을 마신 채 차를 몰다가 도로 구조물을 들이받았다.

당시 군의회 부의장이었던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0.08% 이상) 수치였다.

정칠성 임실군의원은 음주운전으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의 형이 지난 7월 대법원에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줄곧 "의원직을 수행할 수 있게 벌금형을 내려달라"고 선처를 호소했으나 재판부는 "과거 음주운전 전력이 있으면서 또 범행을 반복했으므로 관대하게 처리할 이유가 없다"고 못 박았다.

김석환 정읍시의원은 전기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보행자를 치고 달아나 지난 8월 열린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사고 직후에는 보행자의 팔에서 출혈을 발견하고 "자전거 보험을 들었으니 병원에 가자"고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이 보행자가 "일단 119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말하자, 태도가 돌변해 자전거를 도로에 버리고 달아났다.

검찰은 김 의원이 자전거를 타기 전 식사 자리에서 술잔을 기울인 정황을 확인하고 더 무거운 처벌을 내려달라며 항소했다.

기초의회 의원들의 비행은 급기야 동료 의원 폭행까지 번졌다.

올해 6월까지 시의장을 지낸 김영일 군산시의원은 지난 18일 시의회 휴게실에서 지해춘 경제건설위원장의 뺨을 때렸다.

시청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지 위원장이 자신의 발언 시간을 제한하고 정회를 선언했다는 게 폭행의 이유였다.

김 의원은 이후 "저의 불찰로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이라며 사과했으나 여론의 질타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참여자치군산시민연대는 "기초의원은 시민의 대표로 의정활동을 하고 있으므로 품위를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자신의 감정조차 제대로 조절하지 못 해 폭력을 행사한 것은 피해자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사과해야 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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