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맞수' 롯데-신세계, 경기 남부 쇼핑사업 놓고 신경전

연합뉴스 2024-10-25 00:00:30

롯데 "화성 프로젝트 잘 되겠냐"…신세계 "남 걱정할 상황 아냐"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강애란 기자 = 유통업 맞수인 롯데와 신세계가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경기 남부권 사업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먼저 공격에 나선 건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다. 정 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 자리를 빌려 신세계의 핵심 유통 플랫폼인 스타필드의 경쟁력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하자 신세계그룹의 고위관계자도 곧바로 이를 반박하는 등 날 선 반응을 보였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 대표는 전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가진 '타임빌라스 그랜드 오픈 및 쇼핑몰 중장기 전략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신세계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화성국제테마파크의 실현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기자와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2030년쯤 경쟁사가 화성에 대규모 프로젝트를 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우리 사업에서 재무적 역량이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경쟁사의 경우에도 한 100만평 정도 되는 규모를 과연 개발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가 2029년 개장을 목표로 추진하는 화성국제테마파크 사업은 화성시 송산 그린시티 내 127만평(약 420만㎡) 부지에 테마파크, 워터파크 등 36만평(119만㎡)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시설과 스타필드, 골프장, 호텔, 리조트, 공동주택 등을 집약한 복합단지를 건립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기자간담회서 발언하는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최근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 '파라마운트'를 IP(지식재산)사로 유치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공을 들이는 글로벌 프로젝트인데 공개적인 자리에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정 대표는 또 타임빌라스 수원의 입점 브랜드 리뉴얼(재단장) 상황을 소개하면서 "230개 브랜드를 폐점했는데 그 가운데 상당수가 스타필드 수원으로 갔다"며 "참 다행스러운 일이고, 저희는 훨씬 더 업그레이드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타임빌라스의 건축 디자인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스타필드 수원 사진을 보여주며 '디자인이 단조롭다'는 취지로 지적하는가 하면 스타필드 수원의 고객 1인당 구매가(객단가)가 5만원이라고 언급하며 타임빌라스(12만원)와 직접 비교하기도 했다.

정 대표의 이러한 기자간담회 발언이 알려지자 신세계그룹은 상도의에 벗어난다며 발끈했다.

자기 사업을 홍보하는 자리에서 경쟁사를 험담하는 것은 상도의가 아닐뿐더러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틀렸다는 게 신세계의 입장이다.

'역대급' 복합쇼핑몰…스타필드 수원 그랜드오픈

김민규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은 우선 화성국제테마파크와 관련된 정 대표 발언에 대해 "롯데백화점이 대규모 글로벌 합작 개발 사업 경험이 없어서 그런 말을 한 것 같다"고 평가절하했다.

사업 규모에 따라 자본 조달 방식은 다르며 스타필드의 경험을 통해 그 정도 노하우는 충분히 내재화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신세계의 재무 상황을 걱정할 만큼 시장에서 (롯데를) 여유롭게 보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맞받았다.

정 대표가 스타필드 수원과 타임빌라스를 비교한 데 대해선 스타필드 수원이 백화점이 아니라는 점을 전제하면서 "명품 매장 없이 모던하고 타깃에 맞는 매력적인 350여개의 테넌트(외부 임대 매장)가 생동감 있게 사업을 전개한다"며 "고객이 많이 방문한다는 건 정 대표께서 말씀하신 객단가보다 랜드마크 쇼핑몰에는 더 의미 있는 데이터"라고 반박했다.

스타필드 수원의 객단가가 5만원이 아닌 12만5천원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한번 와서 보시고 말씀하시면 좋겠다"고 했다.

김 부사장은 또 "롯데에서 폐점한 240개 브랜드 상당수가 스타필드로 가서 다행스러워할 게 아니라 아쉬워하는 게 맞을 것 같다"면서 "그 240개 브랜드도 매우 다행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스타필드 수원의 디자인을 단조롭다고 지적한 데 대해서도 "스타필드는 동선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다. 획일적이 아니라 효율적이고 고객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디자인"이라며 "보기 좋고 아름답기만 하다고 편한 옷은 아니다"라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경쟁사를 깎아내리는 것이 아닌) 자기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게 건강한 사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