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3분기 최대실적 행진 숨고르기…내부혁신으로 지속성장

연합뉴스 2024-10-24 17:00:29

충당금 탓에 영업이익 6.5%↓…수요둔화에도 믹스개선으로 선방 평가

북미·국내 선전, 타지역 부진…리스크 관리역량 제고 등으로 위기대응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현대차의 최대 실적 행진이 올해 3분기 충당금 반영이란 돌발 변수로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비록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소폭 줄었지만, 판매 비수기라는 계절적 요인과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등 수요둔화를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대차는 주요국 성장 둔화 등 향후 닥칠 대외환경 변화에 맞서 리스크 관리 역량 제고 등을 통한 내부 혁신으로 성장동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 충당금 반영에 영업이익 6.5%↓…친환경차·SUV 선전 이어가

현대차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2조9천283억원, 3조5천809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4일 공시했다.

작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4.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5%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8.3%였다.

애초 현대차는 3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 전망됐다.

하지만 북미 특화 차량인 그랜드 싼타페에 대한 보증 연장 조치로 3천200억원가량의 충당부채가 반영되면서 이러한 전망은 빗나갔다.

다만 판매 비수기인 3분기를 맞아 글로벌 판매량이 3.2% 감소했는데도 충당금 미반영 시 4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린 것은 양호한 성적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해석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하이브리드차(HEV) 등 소위 고수익 차종을 중심으로 한 '믹스 개선'(판매비중 증가)이 이러한 실적을 이끌었다.

특히 현대차는 올해 3분기 친환경차 판매 대수가 작년 동기 대비 19.5% 증가한 20만1천849대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분기 판매 20만대를 넘었다.

친환경차 판매 비중도 20.2%를 기록하며 20%대 고지를 처음으로 밟았다.

전기차 캐즘을 틈타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HEV가 3분기 실적 방어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

HEV는 전 세계 시장에서 13만1천대가 팔리며 역대 가장 높은 12.7%의 판매 비중을 나타냈다.

대표 고수익 차종인 SUV의 선전도 한몫했다.

올해 3분기 SUV 판매 비중(제네시스 제외)은 55.4%에서 56.3%로 늘었다.

여기에 제네시스의 SUV인 GV60, GV70, GV80을 더하면 SUV 판매 비중은 60.0%까지 뛰어오른다. 제네시스를 포함한 현대차의 SUV 비중이 60%를 넘은 것은 이번 분기가 처음이다.

그동안 현대차의 호실적을 이끌었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판매 비중도 지난해 3분기 5.1%에서 올해 3분기 5.6%로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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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국내 선전, 타지역 부진…전망 '흐림'

지역별 판매량(도매 기준)을 살펴보면 그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국내 시장이 플러스로 돌아선 점이 눈에 띈다.

국내시장은 하계휴가와 추석 연휴 여파에도 작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16만9천901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최대 시장인 북미 판매량도 작년 3분기 27만5천대에서 올해 3분기 30만대로 9.3%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다만 다른 시장은 모두 부진했다.

선진시장인 유럽에서는 같은 기간 15만3천대에서 13만9천대로 판매량이 9.5% 줄었다.

현대차가 최근 상장한 신흥시장 인도의 판매량도 16만대에서 15만대로 5.7% 감소했다.

중남미(8만6천대→8만2천대), 기타(13만7천대→13만5천대)도 판매가 소폭 줄었다.

글로벌 수요 둔화에 미국 대선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전망도 밝지 않다.

현대차의 핵심 거점인 북미에서 인센티브 증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에 따른 변화 등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내달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시 연비 규제나 전기차 보조금, 수입품 관세 정책 등에서 변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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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스크 관리 등 내부혁신으로 위기 타개

현대차의 최대 실적 행진이 멈춘 것과 관련해선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하락세에 접어드는 것)'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이와 관련, 주요국의 성장률 둔화와 환율하락, 중동·우크라이나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가장 큰 위기 요소로 내다보고 부문별 대응책을 마련해 이를 선제적으로 타개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의 대응책은 ▲ 리스크 관리 역량 제고 ▲ 품질 확보 ▲ 원가 개선 ▲ 판매 효율화 등으로 정리된다.

먼저 리스크 관리 역량 제고를 위해 현대차는 각국 정책 변화 등에 대한 신속한 의사결정 체제를 강화한다.

특히 품질 확보를 위해 이미 구축을 완료한 '품질완결시스템(HIVIS)'을 더욱 고도화할 방침이다.

미래 성장동력인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개발과 연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품질 경쟁력 제고에도 노력한다.

아울러 효율적인 제조와 부품 조달을 통해 제품 전 라이프 사이클에 걸친 낭비적 요소를 제거하는 등 전사 차원의 원가 절감에 매진할 예정이다.

특히 수요 둔화 현상을 보이고 전기차 분야에서 부품 원가 개선에 나서고, 다양한 배터리 탑재도 고려한다.

판매 부문에서는 수요가 급증하는 HEV로 판매 볼륨을 유지하고, 신모델 투입으로 성장 동력을 유지할 계획이다.

아울러 GM, 웨이모 등과 완성차를 넘어 수소, 자율주행과 같은 미래 분야에서 협력하며 경쟁력을 높일 방침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

viv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