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하윤, 양정욱, 윤지영, 제인 진 카이젠…내년 2월 최종 수상자 발표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 후보 4명의 작품을 한데 모은 전시가 25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시작한다.

지난 4월 후보로 선정된 권하윤과 양정욱, 윤지영, 제인 진 카이젠(가나다순)의 신작과 구작을 함께 소개하는 자리다. 전시 기간 심사위원들이 작가와 작품에 대해 공개 대화를 나누고 내년 2월 최종 수상 작가를 발표한다.

윤지영은 사연을 품고 있는 조각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 중 '간신히 너, 하나, 얼굴'을 위해 작가는 영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그리스어를 쓰는 친구 네 명에게 작가나 서로의 관계에 대한 마음을 표현해 달라고 요청했다. 친구들의 목소리는 에디슨 축음기 방식을 이용해 밀랍 실린더에 녹음됐고 작가는 이 밀랍 실린더를 녹여 자기 얼굴로 주조했다. 친구들의 마음을 담은 목소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형태로 변한 것이다. 전시에서는 제작 과정이 담긴 영상 작업도 함께 볼 수 있다.

권하윤은 가상현실(VR)을 이용해 기억과 기록을 이야기한다. 신작 '옥산의 수호자들'은 작가의 동아시아 역사 3부작 중 하나로, 일본의 대만 식민 지배기에 대만의 소수민족 부족장과 일본의 인류학자 간 우정을 다룬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관객은 VR 헤드셋을 착용한 채 손에 대나무 등을 들고 VR 속 대만의 옥산(위산·玉山) 곳곳을 돌아다니며 두 사람의 이야기에 동참하게 된다. 헤드셋을 끼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관람객은 자연스럽게 전시장 벽을 배경으로 한 그림자극의 출연자가 되면서 작품의 일부가 된다.

양정욱의 작업에도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나무와 모터로 구성돼 움직이는 조각 작품들은 일견 복잡해 보이지만 하나하나 작가 일상의 한 장면에서 출발했다. 신작 '아는 사람의 모르는 밭에서'는 작가의 아내가 가꾼 아파트 텃밭에서 시작했다. 가꾸는 사람마다 텃밭의 모습이 다른 것을 발견한 작가는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텃밭을 마주한 아들의 이야기를 결합해 움직이는 형상을 만들어냈다. 이 작품 주변에는 4면에 벤치가 놓여 앉아서 편안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제인 진 카이젠은 신작 세 점을 포함해 총 7점의 영상으로 이뤄진 연작 '이어도(바다 너머 섬)'를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전체 공개한다. 제주에서 태어나 덴마크에 입양돼 자란 작가는 신화 속 이승도, 저승도 아닌 경계의 공간인 이어도를 빌려와 제주의 자연과 역사, 문화를 깊이 탐구한다. 700m 깊이 용암동굴 내부와 바다 생물들, 해녀로 일해온 노년의 여성들, 제주의 오름에서 꼭두(상여를 장식하는 인형)를 가지고 노는 아이들, 제주 4·3사건 생존자인 고순만 심방의 만가(輓歌, 상여를 메고 갈 때 부르는 노래) 등을 7개 영상에 담았다.

전시를 기획한 이주연 학예연구사는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미술의 '별'을 찾기 위한 전시인 동시에 관람객이 별자리를 찾아가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의 작가상'은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시상제도로, 후보 작가에게는 각각 창작후원금 5천만원이 지원된다. 최종 수상 작가에게는 추가로 후원금 1천만원이 수여된다.

전시는 내년 3월 23일까지. 유료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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