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연구팀 '워크 온 슈트 F1' 개발…이달 27일 아이언맨 대회 출전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두 개의 다리가 장착된 로봇이 휠체어에 앉은 장애인에게 성큼성큼 다가간다.

장애인이 발을 들어 끼워 넣자 로봇이 자세를 낮춰 안기는 것처럼 저절로 입혀진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24일 대전 대덕구 신일동 엔젤로보틱스에서 웨어러블 로봇의 새로운 버전 '워크 온 슈트 F1'을 공개했다.

워크 온 슈트 F1은 KAIST 기계공학과 공경철 교수(엔젤로보틱스 CTO) 연구팀이 2015년부터 연구해온 하반신 마비 장애인용 웨어러블 로봇이다. 척수손상의 정도가 완전 마비 등급(ASIA-A) 수준을 대상으로 한다.

연구팀은 2016년 워크 온 슈트 1 버전 개발 이후 2020년 4 버전을 발표하면서 보행 속도를 비장애인 수준인 시속 3.2㎞까지 달성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로봇들은 여타 웨어러블 로봇들처럼 다른 사람의 도움이 있어야 착용이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워크 온 슈트 F1은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휠체어에서 내리지 않고도 타인의 도움 없이 로봇을 착용할 수 있도록 전면(前面) 착용 방식으로 설계됐다. 로봇이 휴머노이드처럼 스스로 걸어와 사용자에게 안겨 착용되는 방식이다.

무게 중심을 능동적으로 제어할 수 있고, 착용자가 잘못해서 밀더라도 넘어지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는 기능도 구현됐다.

로봇의 부품 기술은 대부분 국산화하고 성능도 향상됐다.

엔젤로보틱스와 협업해 모터와 감속기, 모터드라이버, 메인 회로 등 주요 부품을 개발했고 모터와 감속기 모듈의 출력 밀도는 기존 기술에 비해 2배, 모터드라이버의 제어 성능은 해외 기술 대비 3배 높은 성능을 달성했다고 KAIST 연구팀은 설명했다.

웨어러블 로봇 본연의 기능도 대폭 개선됐다. 직립 상태에서 두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며, 지팡이 없이도 몇 걸음이 가능하다.

로봇 착용을 시연한 완전마비 장애인인 김승환 연구원은 "지팡이 없이 선 채로 비장애인과 마주 보며 얘기할 수 있다는 게 큰 감동"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2018년 불의의 사고로 장애가 생겨 재활치료를 해온 김 연구원은 작년부터 KAIST 연구팀과 함께 로봇 하드웨어 개발에 연구원으로 참여했다.

그는 "처음 로봇을 입고 일어섰을 때 걷는 방법이 생각나지 않더라"면서 "상체에 느껴지는 진동과 함께 어떻게 걸을지가 생각났다"고 말했다.

워크 온 슈트 F1은 오는 27일로 예정된 장애인을 위한 생체 공학 보조 장치 경진대회인 '제3회 사이배슬론 대회'에 출전한다.

이 연구팀은 2020년 열린 제2회 대회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바 있다.

4년 만에 열리는 이 대회에 전체 26개국의 71개 팀이 참여하며, 웨어러블 로봇 종목에선 태국·네덜란드·스위스·그리스 등의 7개 팀이 겨룬다.

웨어러블 로봇 종목은 휠체어나 자전거 등 안정적인 보조 수단을 사용하는 다른 경기와 달리 선수가 로봇을 착용하고 직접 보행해야 해 '아이언맨 대회'로도 불린다.

올해 대회는 지난 대회와 비교할 때 미션 수가 6개에서 10개로 늘고, 난도도 높아졌다.

기차 객실과 같은 좁은 좌석에 앉았다 일어나기, 계단 난간 잡지 않고 오르내리기, 짐 들어서 옮기기, 옆 경사와 징검다리 걷기 등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특히 지팡이 없이 양손을 자유롭게 한 상태에서 걸어야 하는 자율보행 미션 때문에 일부 참가팀은 중도 포기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연구팀의 박정수 주장은 "프랑스에서도 스스로 입을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이 개발됐지만, 허리를 깊이 숙여야 하는 문제 때문에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착용하기 어려웠다"면서 "이미 1등이라는 기록은 달성한 만큼, 이번 대회에서는 순위 경쟁보다는 기술 초격차를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공 교수는 "장애인용 웨어러블 로봇을 상용화해 삼성서울병원과 세브란스병원 등 전국 100여곳의 병원에서 뇌성마비·파킨슨병 환자 등을 대상으로 재활치료에 활용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아이언맨의 자비스 같은 인공지능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j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