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림 사건' 故윤이상 재심 시작…"강압수사" vs "유죄 인정"

연합뉴스 2024-10-24 12:00:47

사건 57년만…첫 공판서 윤이상측·검찰 법정 공방

윤이상 집터

(서울=연합뉴스) 한주홍 기자 = '동백림(동베를린)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른 작곡가 고(故) 윤이상(1917~1995)의 재심 사건에서 피고인 측과 검찰이 법정 공방을 벌였다.

서울고법 형사5부(권순형 안승훈 심승우 부장판사)는 24일 윤이상의 유족이 신청한 재심 사건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윤이상 측은 "수사 개시부터 불법 납치 감금으로 시작됐고, 계속된 고문으로 피고인은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할 정도로 고통을 받았다"며 "강압수사가 이뤄진 조작된 사건으로 무죄를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증거 역시 위법수집증거로 채택될 수 없기에 증거 효력이 없다"며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은 "불법 구금에 대해서는 별도로 주장하지 않겠다"면서도 "불법 구금 이외에 가혹행위가 인정된 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 단계의 서류나 법원의 재판, 파기환송심의 공판조사 기록을 비춰보면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가 인정된다"며 "당연히 (재심 청구가) 기각돼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추가 증거를 제출받기 위해 12월 12일 한 차례 더 공판기일을 진행하고 재판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동백림 사건은 1967년 중앙정보부가 유럽에 있는 유학생, 교민 등 194명이 동베를린 북한 대사관을 드나들며 간첩 활동을 했다고 발표한 사건이다.

당시 독일에서 활동하던 윤이상은 한국으로 이송돼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년간 복역했다. 당시 법원은 간첩 혐의는 무죄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2006년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박정희 정권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동백림 사건을 '대규모 간첩사건'으로 확대·과장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유족 측은 지난 2020년 재심을 신청했고, 법원은 지난해 5월 재심 청구를 받아들였다.

이에 불복해 검찰이 항고했으나 올해 7월 대법원에서 기각되면서 57년 만에 재심이 열리게 됐다.

ju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