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해외수주 뒷심 발휘…아시아·유럽서 ‘兆단위’ 잭팟

데일리한국 2024-10-24 08:00:00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이사와 르네상스 창업주 에르맨 일르작 회장이 튀르키예 현지에서 열린 나카스-바삭세히르 도로 건설 사업 체결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물산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이사와 르네상스 창업주 에르맨 일르작 회장이 튀르키예 현지에서 열린 나카스-바삭세히르 도로 건설 사업 체결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물산

[데일리한국 김하수 기자] 국내 건설사들이 이달 들어 해외에서 조 단위의 대형 프로젝트들을 잇따라 따내고 있다. 올해를 2개월여 남겨둔 가운데 상반기 부진했던 건설업계의 해외사업 수주가 뒷심을 발휘하면서 정부 목표치인 400억 달러 고지를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최근 튀르키예에서 총사업비 2조원 규모 고속도로 건설공사를 수주했다.

삼성물산은 지난 21일 한국도로공사,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정책펀드인 플랜트건설 스마트시티펀드(PIS), 현지 건설업체 르네상스 등과 컨소시엄을 꾸려 튀르키예 낙카쉬-바샥셰히르 고속도로 투자사업을 수주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 시공만 하는 도급이 아니라 프로젝트에 지분을 투자한 뒤 건설, 운영까지 맡아 나중에 투자비를 회수하는 ‘민관협력개발사업(PPP)’ 방식이다. 총사업비는 2조1000억 원으로, 국내 기업이 수주한 해외 고속도로 PPP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프로젝트는 이스탄불 신공항 남쪽 도심과 유럽을 연결하는 북부 마르마라 고속도로(NMH) 중 제8구간에 6~8차선 고속도로(길이 31㎞)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삼성물산은 설계와 조달을 맡는다. 지분투자를 통해 한국도로공사, KIND 등과 준공 후 운영에도 참여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현지 업체와 폭넓은 협력관계를 구축해 튀르키예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대도시 교통 인프라 확충계획에 참여하게 됐다”면서 “공사 수주금액 2600억원과 함께 추가적인 운영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이 지난 2022년 11월 방한한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국가최고지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대우건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이 지난 2022년 11월 방한한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국가최고지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대우건설

대우건설도 ‘원팀 코리아’ 전략을 통해 중앙아시아에서 첫 프로젝트를 따냈다. 대우건설은 지난 21일 투르크메니스탄 화학공사로부터 ‘미네랄 비료 플랜트’ 프로젝트의 낙찰자로 선정됐다.

이 프로젝트는 투르크메니스탄의 수도 아슈하바트로부터 동쪽으로 약 450㎞ 떨어진 제 2의 도시 투르크메나바트에 연산 35만t(톤)의 인산비료와 연산 10만t의 황산암모늄 생산설비 및 부대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수주금액은 약 1조원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 수주로 중앙아시아에 첫 진출하게 됐다”면서 “투르크메니스탄 현지 시장을 적극 개척하고, 앞으로 석유화학 및 비료 관련 사업과 인프라, 신도시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수주와 사업 발굴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현대엔지니어링 사옥. 사진=현대엔지니어링 제공 서울 종로구 현대엔지니어링 사옥. 사진=현대엔지니어링 제공

현대엔지니어링은 동유럽 세르비아에서 태양광 발전소 사업 시공권을 확보했다.

이 사업은 세르비아에 총 1.2GW(기가와트)급 태양광 발전소와 에너지 저장장치를 건설한 뒤 세르비아 전력공사에 인도하는 프로젝트다. 총 계약액은 2조원대로, 국내 건설사의 해외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미국 법인인 현대엔지니어링 아메리카와 미국 태양광 업체 유지티(UGT)리뉴어블스와 컨소시엄을 꾸려 이번 사업에 입찰했다. 지난해 11월 우선협상대상자로 뽑힌 뒤 세부 조건을 협상하다가 최근 최종 계약에 이르게 됐다.

상반기 부진했던 건설업계의 해외 수주가 4분기 뒷심을 발휘하면서 막판에 연간 해외 수주 목표액을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정부는 올해 초 해외수주 목표를 400억달러로 잡고, ‘원팀 코리아’를 앞세워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국내 297개 기업은 해외 90개국에서 211억1000만달러의 수주고를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10.3% 감소한 것으로, 정부 목표치인 400억달러의 절반을 약간 넘는 액수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통상 해외 프로젝트들은 연말에 발주가 몰려 있어 목표 달성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면서 “정부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연말까지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추가 수주 등을 기대해 볼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