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판 티메프"…배달기사들, '만나플러스' 사기·횡령 혐의로 고소

스포츠한국 2024-10-23 16:15:07
만나플러스 비상대책위원회와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이 23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대표 등을 고소·고발한다고 밝혔다. ⓒ라이더유니온 만나플러스 비상대책위원회와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이 23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대표 등을 고소·고발한다고 밝혔다. ⓒ라이더유니온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배달 라이더들이 만나플러스를 운영하는 조양현 만나코퍼레이션 대표를 사기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만나플러스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와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은 23일 오전 11시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대표 등을 고소·고발한다고 밝혔다.

만나플러스는 소속 라이더들의 정산금을 쌓아뒀다가 라이더가 필요할 때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출금하는 방식으로 정산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3월부터 하루에 출금할 수 있는 금액을 제한하거나 아예 출금이 금지되는 기간이 발생한 바 있다. 회사는 초반에는 ‘시스템 장애’라고 해명했으나 6월 이후 배달 시장 침체 장기화로 인한 재정난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이는 라이더들이 벌어서 프로그램에 쌓아둔 포인트와 음식점주들이 충전해 둔 선불금을 회사가 재정난를 해소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했고, 이로 인해 라이더들은 원하는 시점에 정산금을 출금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에 라이더들은 비대위를 꾸리고 지난 8월부터 “티메프 미정산 사태와 유사한 일이 배달업계에 벌어졌다”며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비대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 같은 행위는 최근 티메프 사태에서 검찰 측의 법리 검토와 마찬가지로, 대금을 제때 지급하기 어려운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 선불금을 지급받거나 배달 용역을 이행하게 한 경우 ‘사기 혐의’가 성립한다”며 “가맹점으로부터 지급받은 선불금의 경우 라이더에게 지급할 용도로 수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경우 ‘횡령 혐의’가 성립한다”고 말했다.

이상은 만나플러스 비대위원장은 회견에서 “만나플러스는 미정산금의 대한 책임 회피를 위해 기존 만나플러스 임원들 명의로 디씨핀솔루션이라는 새로운 법인을 설립했다”며 “그러나 새로운 법인인 디씨핀솔루션은 기존 만나플러스랑은 상관없는 회사라며 어떠한 소통도 회피하고 있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소송을 대리하는 조정윤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만나플러스 감사보고서를 보니 지난해 12월 재무 상태가 자본잠식으로, 조 대표는 이미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숨겼다”며 “8월10일까지는 출금을 정상화한다고 했으나 정상화는커녕 플랫폼에 로그인이 되지 않도록 사이트를 폐쇄했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통상적인 건당 배달료(3.4%)를 적용할 경우 만나플러스의 미정산액이 약 6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만나플러스의 미정산이 본격화된 지난 5월부터 라이더의 산재고용보험료 20억원이 미정산 된 사실도 최근 밝혀졌다. 이에 비대위는 고소장에 피의자에 대한 몰수·추징, 압수수색, 구속 수사, 출국 금지 등을 신청했다.

다만, 만나플러스 본사가 추산하고 있는 미지급 정산액은 이보다 적은 약 40억원이다. 본사 측은 비대위 측 법무법인과도 소통하고 있으며, 개별적으로 합의 의사가 있는 라이더들에게는 논의를 통해 합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만나플러스 관계자는 본지에 “고발로 인해 조사가 시작되면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며 “그와 별개로 합의 의사가 있으신 분들과는 최대한 원만하고 신속하게 현 상황을 정리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폐업이나 파산 등이 아닌 책임감 있는 자세로 정상화를 통해 사업을 이어가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