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韓 '마이웨이'…친윤-친한 내전도 '본격화'

데일리한국 2024-10-23 16:53:30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며 차담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며 차담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오직 민심을 따라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가 '빈손 면담'을 마치고 각자 다른 장소에서 꺼낸 첫마디다. '피하지 않겠다'는 한 대표와 '계속 가겠다'는 윤 대통령의 말에서 '김건희 여사 문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시각차가 녹아있다는 평이다. 경색된 윤·한 관계는 친윤(친윤석열계)-친한(친한동훈계) 간 일촉즉발의 내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지난 21일 만남은 한 대표의 '독대 요구' 한 달 만에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한 '2+1' 형식으로 성사됐다. 한 대표는 김 여사 문제의 '3대 요구'(△대외활동 중단 △관련 의혹 해명 △대통령실 내 측근 라인 정리)를 거듭 역설했고, 윤 대통령은 사실상 '수용 불가'를 고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의 '일정 조율' 끝에 어렵게 마주 앉은 테이블이 무색할 정도로, 면담 직후 두 사람의 타임테이블은 '즉흥적 회동'으로 채워졌다. 윤 대통령은 '친윤' 추경호 원내대표를 용산 만찬 자리에 불렀고, 한 대표는 '친한' 인사들을 소집했다. 당내 '투톱'이 서로 다른 길로 향하면서 계파 간 균열도 본격화했음을 암시하는 일정이었다.

◇ 세결속 다진 후 서로 칼 겨누는 친윤-친한

윤석열(왼쪽)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사진=대통령실, 연합뉴스 윤석열(왼쪽)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사진=대통령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추 원내대표와 곧바로 회동한 것은 '김건희 특검법' 통과 가능성에 우려를 전한 한 대표의 말을 무시한 채 이탈표를 단속하는 원내대표로부터 직접 원내 상황을 경청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의도가 어떻든 한 대표의 비교적 약한 원내 입지가 부각되는 모습이다.

한 대표는 자칫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세 결집' 행보로 비칠 수 있음에도 면담 하루 만에 친한계 인사 22명과 '번개 만찬'을 가졌다. 사실상 대통령실을 향해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한 대표는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과 면담 내용을 공유하고 "현재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김 여사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용산을 향한 친한계의 강한 성토도 쏟아졌다. 친한계 한 의원은 통화에서 "면담이 어렵게 성사된 만큼 '늦었지만 잘 만났다'라는 소리가 나올 수 있게 해야 했다. 그러긴커녕 추 원내대표를 불러 한 대표 체면을 완전히 구겨놓은 것 아니냐"며 '한동훈 홀대론'에 대한 볼멘소리를 냈다. 이날 회동 이후 친한계의 발언 수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YTN라디오에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2년 반 동안 김건희 여사 문제가 거의 블랙홀처럼 다른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며 윤 대통령의 결단을 압박했다.

또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상황에 대해 "당대표가 '절대 통과시키면 안 된다'고 했지만, 4명의 이탈표가 있었다"면서 "만약 김 여사와 관련해서 계속 여론이 악화한다면 그게 어떤 결과를 맺게 될지 사실은 굉장히 두렵다"고도 했다. 

박정훈 의원도 전날 MBC 라디오에서 "(한 대표가) 채상병 문제 때 제3자 특검법을 이야기했듯, 이 문제도 제3자 (추천 김건희) 특검이라는 해법으로 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친윤계도 물러서지 않고 친한계 만찬 회동을 가진 한 대표를 "계파 보스"에 빗대 꾸짖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이날 서울 공군호텔에서 열린 세미나를 마친 뒤 "대표가 자기 세력이라는 의원들하고 만나고 하는 것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다"며 "무슨 계파 보스인가. 하는 게 너무 아마추어 같고 답답하다"고 일갈했다. 

강명구 의원은 의원은 K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옛날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 보다 더 무서운 싸움을 지금 벌이겠다는 것"이라며 "(한 대표가) 김 여사 라인을 '비선'이라고 몰아붙이는 건 약한 고리라 생각하고 밀어붙이는 민주당의 나쁜 수법과 똑같다"고 힐난했다.

또 "우리 당원들이, 지지자들이 대통령 망하라고 한 대표 세운 거 아니다"라며 "여당의 본질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똘똘 뭉쳐서 막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 대표는 당대표 취임 이후 첫 확대당직자 회의를 주재해 당내 세력화에 본격 나섰다. 한 대표는 친한계 당직자 등이 모인 자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심 선고와 김 여사 문제를 연결해 '당정 쇄신' 의지를 피력했다.

한 대표는 "이 대표에 대한 재판 결과가 11월 15일부터 나온다"며 "우리는 그때까지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국민들의 요구를 해소한 상태여야만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