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지지자 무대는 사절"…소신 밝힌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연합뉴스 2024-10-23 16:00:25

해머 대표, 축제 홍보 차 내한…"인류애 회복이 축제의 사명"

"내년 축제엔 200여개 공연 예정…한국에서도 세계적 축제 기대돼"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전쟁을 지지하는 예술가는 저희의 무대에 설 자격이 없습니다."

104년 전통의 세계적인 문화 축제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예술가들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았다.

2025년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홍보하기 위해 내한한 크리스티나 해머 대표는 23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쟁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거나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의 '국가예술가' 칭호를 받은 예술가에게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무대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성명을 통해 러시아 정부를 비판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자발적인 의사로 전쟁을 지지하는 예술가들의 참여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해머 대표는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모든 작품의 공연을 막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저희는 러시아의 모든 것을 막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면서 "러시아라는 이유로 러시아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지 않는 것도 공평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티나 해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대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행사가 처음 시작된 역사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1차대전 직후인 1920년 모차르트의 고향인 잘츠부르크에서 시작한 이 축제의 근본적인 취지가 '예술을 통한 인류애의 회복'이었기 때문이다.

해머 대표는 "1920년 시작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로 인해 서로 총을 겨눈 유럽인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었다"면서 '인간성의 회복과 타자에 대한 이해, 문화적 연결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사명이자 목표"라고 설명했다.

해머 대표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이런 정신이 다시 혼돈에 빠진 세계에 묵직한 화두를 던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예술을 통한 연결이라는 믿음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라며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전쟁과 에너지 위기, 세계적 수준의 전염병, 기후 변화 등 세계가 처한 다양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오아시스와 같은 축제"라고 말했다.

크리스티나 해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대표

해머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내년 축제의 대략적인 계획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지난 7∼8월 44일간 '모차르트 하우스' 등 15개 무대서 총 172개의 공연을 선보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내년 축제에선 45일간 15개 무대서 200여개의 공연을 무대에 올린 계획이라고 한다.

6편의 오페라와 3편의 콘서트 오페라, 4편의 대형 연극이 관객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또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들이 참여하는 클래식 콘서트도 다채롭게 마련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대표하는 빈 필하모닉의 공연도 당연히 내년 축제서 만날 수 있다. 해머 대표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내한 시기에 맞춰 빈 필하모닉도 내한 공연을 진행 중인데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면서 "1925년 축제 이후 고정 참가자인 빈 필하모닉은 총 2천250회의 공연을 축제에서 선보일 정도로 많은 연관을 가진 오케스트라다"고 강조했다.

빈 필하모닉은 2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을 시작으로 26일까지 세 차례 내한공연이 예정돼 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일본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가협연자로 나선다.

크리스티나 해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대표

해머 대표는 또 2023년 축제에서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을 수상한 지휘자 윤한결의 사례를 거론하며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음악 축제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윤한결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참가자가 스타 음악가로 거듭난 좋은 사례"라며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서울과 대단한 예술적 재능을 보유한 예술가가 많은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음악 축제의 탄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한국 홍보 행사는 2019년 이후 코로나 팬데믹으로 열리지 않다가 5년 만에 재개됐다. 내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2025년 7월 18일부터 8월 31일까지 잘츠부르크 시내 15개 공연장에서 진행된다.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