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3분기 '우울' 전망…캐즘 돌파구 찾는다

데일리한국 2024-10-23 14:55:32
LG에너지솔루션 美 애리조나 공장 조감도. 출처=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美 애리조나 공장 조감도. 출처=LG에너지솔루션

[데일리한국 김소미 기자] 올해 3분기 한국의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실적에 적신호가 켜졌다.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 장기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23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삼성SDI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매출 4조3395억원, 영업이익은 1367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줄고, 영업이익은 72.4% 감소했을 것으로 제시됐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 6조8778억원, 영업이익 448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4%, 38.7% 하락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금액을 제외하면 사실상 177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다만 전 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1.6%, 129.5% 증가하면서 회복 조짐도 보였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서 매출이 증가하며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SK온은 적자 탈출이 요원하다. 2021년 출범 이후 11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낮아진 공장 가동률과 메탈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올해 하반기에도 적자가 지속될 전망이다. 실제 SK온 공장 가동률은 지난해말 기준 87.7%에서 올 상반기 53%로 하락했다.

◇ 위기 속 위기…전기차 공포증 확산까지

문제는 캐즘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잇따른 전기차 화재 사고로 인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전기차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전기차 화재로 주민들이 피부 질환과 안질환을 호소하는 사례까지 나오면서 수요 둔화를 키울 것이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함승헌 가천대 길병원 교수는 새로운 환경보건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터리 연소 시 발생하는 유독가스와 미세먼지에는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이 포함돼 있어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함 교수는 "무엇보다도 법적, 제도적 대응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기준 강화, 화재 시 대응 매뉴얼 개선, 소방관에 대한 교육, 환경 보험 제도 도입 등을 통해 유사한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고 피해 책임에 대한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과 안전성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SDI는 배터리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을 높인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전고체 배터리는 지난해말 고객사에 샘플 공급을 시작했으며 46파이 원통형 배터리는 내년초부터 양산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관리시스템(BMS)에서 비교우위 확보에 나선다. 반면 SK온은 'Z폴딩' 기법으로 양극재와 음극재 접촉을 최소화하는 신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전고체 배터리와 같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와 안전성 테스트 강화는 소비자 신뢰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전기차 안전성 강화와 관련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을 직접 인증하는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 시범사업을 이달부터 한다. 전기차 화재사고 발생으로 우려가 커지면서 당초 내년 2월 예정이던 시범사업을 조기 도입한 것이다.

또 화재 예방을 위한 연구 개발 지원을 확대하는 등 업계와 협력해 문제 해결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 9월27일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가운데)과 컬트 켈티 GM 배터리셀&팩 총괄 부사장(오른쪽)이 삼성SDI-GM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본계약 체결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SDI 지난 9월27일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가운데)과 컬트 켈티 GM 배터리셀&팩 총괄 부사장(오른쪽)이 삼성SDI-GM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본계약 체결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SDI

이외에도 국내 배터리 3사는 양적 성장을 통해 캐즘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포드에 109GWh 규모의 전기 상용차 배터리 셀과 모듈을 공급하는 대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SDI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손잡고 35억달러(4조7653억원)를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현대자동차 그룹 대형 전기차 제네시스 GV90에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반면 SK온은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비용 절감에 주력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28일, 삼성SDI는 30일, SK온은 내달 4일에 각각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