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물리학상 아스페 교수 "스타트업 기반 양자 경제 만들어야"

연합뉴스 2024-10-23 13:00:28

2019년 프랑스 양자컴퓨터 기업 파스칼 설립…2022년 '양자 얽힘' 입증해 노벨상 수상

"국내 기업 5~6곳과 협력 논의…한국에 양자 개발 아시아 허브 구축"

인터뷰하는 알랭 아스페 프랑스 파리 샤클레대 교수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파스칼과 같은 양자 관련 스타트업이 한국에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에 기반해 양자 경제를 만들고, 대기업이 양자 기업과 접점을 늘리는 것이 이 분야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세계적 양자 석학인 알랭 아스페 프랑스 파리 사클레대 교수는 22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의 양자 산업에 대해 이같이 조언했다.

아스페 교수는 양자역학 현상 중 하나로 양자컴퓨터, 양자통신 등의 토대가 된 '양자 얽힘'의 존재를 입증한 공로로 2022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는 2019년 중성원자 기반 양자컴퓨팅 기업 파스칼을 공동 설립하는 등 양자 기술을 상용화하는 분야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아스페 교수는 한국과 프랑스 간 양자 분야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18일 파스칼 관계자들과 함께 방한해 국내 학계,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양국 간 양자 생태계 구축에 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비서관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 등과도 이날 간담회를 갖고 정부가 추진 중인 양자 국가 이니셔티브와 관련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아스페 교수는 한국이 양자 산업에서 선진국과 격차를 메우려면 정부가 교육에 투자를 강화하고, 업계는 해외 양자 기업과의 접점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학생들이 프랑스의 우리 연구실로 와 인턴십 정도의 짧은 기간이 아니라 3년간 박사 과정을 밟고 돌아가면 경쟁력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또 한국이 많은 대기업을 갖춘 만큼 파스칼과 같은 양자컴퓨터 기술을 갖춘 기업과 접점을 늘리면 양자 산업에서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스페 교수는 양자컴퓨터가 대량의 데이터를 병렬로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만큼 인공지능(AI)과도 융합 가능성이 높다며 헬스케어, 금융, 물류, 약물 발견 등에 있어 큰 혁신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방한 중 파스칼이 이런 양자컴퓨터의 장점을 토대로 한국 양자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주로 논의했으며 LG, 포스코 등 기존 파트너사 외에도 산업 및 금융 기업 대여섯 곳과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파스칼이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직원 6명을 두는 등 외국 양자 기업 중 처음 한국에 진출한 것으로 안다며 연구개발(R&D)과 제조, 적용 사례 개발을 위한 아시아 허브를 한국에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뷰하는 알랭 아스페 교수(오른쪽)와 조르주 올리비에 레이몽 파스칼 CEO

아스페 교수와 함께 한국을 찾은 조르주 올리비에 레이몽 파스칼 최고경영자(CEO)는 "파스칼은 양자컴퓨터 하드웨어와 애플리케이션을 모두 제공하는 회사"라며 "네이버나 현대, 삼성과 같은 큰 고객사들에 기술을 제공하고 애플리케이션을 같이 개발해 궁극적으로 한국 기업들이 원하는 제품을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레이몽 CEO는 "양자컴퓨터가 실질 작동한다는 게 밝혀진 만큼 기회를 놓치면 AI나 산업혁명 때 기회를 놓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며 "한국이 늦게 시작한 감은 있지만 글로벌 양자 시장이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에 기회가 상존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hj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