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이 HUG 속여 보증계약, 또 엇갈린 세입자 보호 판결

연합뉴스 2024-10-23 11:00:26

부산지원 동부지원 재판서 전세 사기 피해자 승소·패소 희비

구체적 사실관계 다르고, 보증계약 법적 성질 재판부마다 달리 해석

부산지법 동부지원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부산에서 임대인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속여 보증계약을 체결한 경우 전세 사기 피해자인 세입자가 보증금을 받을 수 있는지를 두고 엇갈린 판결이 또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7단독 이호태 판사는 전세 사기 피해자 A씨가 HUG를 상대로 제기한 임대차 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앞서 유사한 소송에서 동부지원 민사 6단독이 원고 승소 판결을, 지난달 같은 법원 민사 2부가 원고 패소 판결을 한 상황에서 이번에 다시 원고 승소 판결이 나온 것이다.

판결문을 보면 A씨는 임대인 B씨와 2021년 8월 8일부터 지난해 8월 7일까지 보증금 1억2천500만원에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임대인 B씨는 지난해 서류상 보증금을 낮추는 방식으로 전세 계약서를 위조해 HUG에 제출했고 지난해 5월 보증을 받았다.

A씨는 이 보증을 믿고 지난해 7월 B씨와 임대차 계약을 연장했다.

하지만 이후 HUG가 임대인의 전세 사기 사실을 알게 됐고 보증계약을 취소하면서 세입자인 A씨에게도 보증금을 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 판사는 "이 사건 보증계약은 임대 사업자가 임대보증금 반환 의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되는 경우 보증기관인 HUG가 임차인이 이미 납부한 임대차보증금의 환급에 대한 이행 책임을 부담하기로 하는 '조건부 제삼자를 위한 계약'"이라면서 "보험업법에 의한 보험사업은 아닐지라도 성질상 보증보험과 유사하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고가 보증보험의 채권 담보적 기능을 신뢰해 임대차계약을 갱신하였는바 새로운 이해관계를 가지게 되었다고 보여진다"면서 "보증 계약의 취소로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임차인 A씨처럼 임대인이 HUG를 속여 전세 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99가구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80여명의 피해자가 여러 건에 나누어 HUG와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유사한 사건이지만 피해자마다 계약 갱신 여부 등 사실관계가 조금씩 다르고, 보증계약의 법적 성질에 대한 대법원의 명확한 판례도 없다 보니 하급심에서 법적 성질을 달리 봐 결과가 엇갈리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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