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광대·호위무사가 함께…망자의 든든한 길동무 '꼭두'

연합뉴스 2024-10-23 00:00:21

국립민속박물관, 꼭두 기증품 250여 점 조명한 특별전

악공 꼭두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푸른 빛이 감도는 옷을 입은 남성 6명이 모여 있다. 표정은 제각각이지만 모두 악기를 들고 있다.

이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재주를 부리는 곳은 화려한 상여 위.

상여 곳곳에 꽂거나 세워 망자가 저승으로 향하는 길이 외롭지 않도록 하는 '꼭두'다.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누군가의 마지막 길동무가 되어준 꼭두가 한자리에 모인다.

국립민속박물관은 김옥랑 꼭두박물관장이 기증한 꼭두 250여 점을 소개하는 특별전 '꼭두'를 내년 3월 3일까지 선보인다고 22일 밝혔다.

말을 탄 무사

꼭두는 망자의 시신을 운구하는 가마인 상여 장식의 하나를 뜻한다.

삶과 죽음을 이어주는 존재로서 망자를 안내하고 호위하며, 시중들고, 위로하는 역할을 한다고 여겼다. 상여 종류에 따라 10∼30여 점을 장식했다고 한다.

박물관에 따르면 김옥랑 꼭두박물관장은 20대 초반 서울 청계천 골동품 가게를 드나들다 우연히 상여 장식에 쓰이는 목각 인형을 알게 된 뒤 반세기 가까이 '꼭두 엄마'로 살았다.

그는 가게 한 귀퉁이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목각 인형이 당시 힘들었던 자신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여겨 '나의 삶에 그리고 목각 인형에게 새로운 생명을 찾아주자'고 생각했다고 한다.

주요 전시품

이후 그는 전국 곳곳을 오가며 인형을 모았고 조사를 거듭한 끝에 '꼭두'라는 이름도 찾아줬다. 그렇게 모은 꼭두 1천100여 점을 지난해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했다.

전시에서는 '꼭두 엄마'의 손길이 닿은 다양한 꼭두를 만날 수 있다.

죽은 이가 저승으로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돕는 시종 역할의 꼭두부터 여러 가지 재주를 부리는 광대 꼭두, 망자를 지키는 호위 꼭두 등이 소개된다.

상여와 용수판

갓을 쓴 채 한 손은 가슴에 얹고 다른 한 손에는 망자를 위한 무언가를 들고 있는 남자, 호랑이로 보이는 신령스러운 짐승을 탄 무사 꼭두 등이 시선을 끈다.

전시를 기획한 임세경 학예연구사는 "꼭두는 산 사람의 염원이 담긴 흔적"이라며 "영원한 이별을 앞두고 죽은 이를 위해 해주고 싶은 것을 투영했다"고 설명했다.

김옥랑 관장이 청계천 골동품 가게에서 처음 만난 꼭두, 꼭두를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든 문화 상품과 홍보물 등도 함께 전시해 남다른 꼭두 사랑도 보여준다.

김옥랑 꼭두박물관장이 청계천 골동품 가게에서 처음 만난 꼭두

장상훈 국립민속박물관장은 꼭두 기증품과 관련해 "그 누구도 꼭두에 주목하지 않았던 때부터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이어온 흔적"이라고 강조했다.

박물관은 꼭두를 해외에서도 소개할 계획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꼭두는 (향후) 국립민속박물관의 해외 전시 패키지로 편성돼 우리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장 모습

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