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우울감 덜어주는 글쓰기 디바이스 개발

연합뉴스 2024-10-22 11:00:35

김차중 교수 "불안애착 성향 사람이 부정적 감정 스스로 완화하는 새 방법"

우울감 덜어주는 장치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사용자가 질문에 답하고 글을 쓰도록 해 우울감을 덜어줄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디자인학과 김차중 교수팀은 불안애착 성향을 가진 사람이 일상에서 부정적 감정을 완화할 방안을 찾아 디바이스(장치)로 구현했다.

이 장치는 사용자가 부정적 감정을 느낄 때 이를 즉시 인식하고 긍정적인 사고로 전환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우선, 불안애착 성향을 지닌 이들이 어떤 상황에서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지 조사했다.

다이어리 작성과 그룹 인터뷰를 통해 부정적 감정을 유발하는 9가지 상황을 파악했다.

그중 성취 부족(Underachievement), 자기 비하(Self-depreciation), 미래 걱정(Future worries) 등 디자인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세 가지를 선택해 워크숍을 열어 해결책을 모색했다.

여러 아이디어 중 질문이 인쇄되고 펜으로 답변하는 디바이스를 최종 선정했다.

이 디바이스는 부정적 감정을 인식하고 긍정적 사고를 유도하며 문제를 성찰하도록 돕는다.

사용자가 이 장치에서 '성취 부족' 관련 감정을 느낀다고 선택하면, 이 장치에서 관련 질문을 하고, 답을 글로 쓸 수 있도록 메모지를 출력해 제공한다.

사용자는 이 메모지에 글을 쓰는 과정에서 부정적 감정을 덜어내게 된다.

연구팀은 이 디바이스를 불안애착 성향을 가진 사람들 집에 설치해 실험을 진행했으며, 그 결과 부정적 감정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부정적 감정의 원인을 이해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채택하면서 감정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참가자는 "나쁜 하루였지만 좋은 순간을 떠올리며 기분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약점이 아닌 강점에 집중하게 되었다"며 긍정적인 변화를 언급했다.

김차중 교수와 강혜민 연구원

김차중 교수는 "불안애착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부정적 감정을 스스로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며 "전문가 심리상담을 대체할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불안애착 성향은 어린 시절 부모와 관계에서 형성되며 성인이 되어서도 큰 영향을 미친다.

타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대인관계에서 자존감이 낮은 이들은 부정적 감정을 자주 느끼고 통제하기 어려워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디자인 학술지(International Journal of Design)에 지난 8월 31일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cant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