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받으려면 소송해야 할 지경" 손보사에 분통...5년새 30% 넘게 증가

데일리한국 2024-10-22 09:45:00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보험사와 소비자의 갈등이 매년 확대되는 추세다. 대형 보험사를 상대로 한 소비자 불만과 법적 분쟁이 최근 5년간 급증하면서 보험사가 소송 리스크 관리에 역량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업계 상위권 보험사들의 소송 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4047건이던 보험업계 전체 소송 건수는 2023년 5366건으로 약 32% 증가했다. 보험사를 상대로 한 소송 건수는 지난 2019~2021년 사이 연간 4000건 안팎을 기록했지만 지난 2022년 4748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23년엔 5000건을 돌파하면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가장 많은 소송 건수를 기록한 보험사는 삼성화재로 한 해 974건을 기록했다. 삼성화재에 이어 현대해상과 KB손해보험 역시 소송 건수가 크게 늘었다. 현대해상은 2022년 773건이던 소송 건수가 지난해 968건으로 25.2%의 상승률을 보였다. KB손해보험 역시 소송 건수가 급증해 4년 새 소송 건수가 폭증했다.

다른 대형 손해보험사인 D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의 소송 건수도 지난해 기준 각각 825건, 387건을 기록하면서 2021년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또 부실 금융기관으로 세 차례나 매각이 유찰된 MG손해보험 역시 2021년 48건에서 지난해 127건으로 164.6% 급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송 자체는 매년 있었지만 최근 보험 상품이 다양해지면서 소송 자체도 증가하는 추세다"라며 "금전이 오가는 문제가 대부분이다 보니 소송을 해결하는 데 많은 시간과 자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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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합적인 배경으로 인해 소송 증가

업계에서는 이러한 소송 증가 추세에 대해 △보험금 지급 문제 △계약 해지 △서비스 품질 관련 분쟁 등의 이유가 복합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한다. 특히 보험금 지급 문제는 다양한 분쟁이 진행되면서 가장 많은 소송이 이뤄지고 있다. 또 일상생활과 밀접한 실손보험을 담당하는 손해보험사의 민원이 생명보험사보다 상대적으로 많았다.

실제 소아재활치료 의료자문이 시작된 이후 아동 발달지연 치료 실손보험금 지급 거절이 급증하고 자동차보험 관련 보험료 부지급률이 늘어나면서 전제 소송률이 올라가는 결과로 이어졌다. 2021년 금융감독원에 접수, 처리된 발달지연아동 관련 분쟁 건수는 6건이었지만 2022년 143건, 2023년에는 129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올해는 7월까지 66건이 접수됐다.

어린이보험 점유율 1위의 현대해상이 자체적으로 '주치의 소견 책임 심사제'를 도입·운영하면서 아동 발달 지연 치료에 대한 보험금을 '부지급(지급하지 않음)'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법정 소송으로 이어졌다. 자동차보험 역시 부지급률이 매년 증가하면서 소송 건수도 2021년 4000건 안팎이었지만 지난해에는 5000건을 돌파했다.

고지의무 위반이나 약관상 면책 등 계약 관련 분쟁도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보험 계약자는 보험 계약을 체결하면서 질병의 유무와 같은 사고발생률을 측정하기 위해 필요한 중요사항은 고지해야 할 의무를 가진다. 이 때문에 보험사가 고지의무에 소홀했거나 보험을 가입시켰다가 나중에 이를 핑계로 지급을 거절한다는 불만도 증폭하는 상황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확인해야 되는 사항들이 많아 계약자들도 이를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보험사는 물론 개인 계약자도 보험약관을 꼼꼼히 확인해야 불필요한 소송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보험사 차원의 관리 시급

일각에선 보험사가 소송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인력 투입 등 관리에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지난해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대형 손보사의 소송 승소율이 업계 평균인 40%를 밑돌면서 대형사일수록 리스크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 역시 나오는 실정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송 리스크 관리는 결국 회사와 주주, 나아가 보험계약자의 이익과 직결되는 만큼 무리한 분쟁은 피하되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보험사들은 관련 부서에 많은 인력과 자원을 투입하고 있는 만큼 소송을 줄이고 관련 논쟁을 줄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고객이 소송을 거는 것 자체를 보험사에서 막을 수는 없어 소송 건수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부서에서 AI를 이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분쟁을 줄이는 데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