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시작을 왜 했나… 한국시리즈에서 서스펜디드 게임, 예견된 참사였다[초점]

스포츠한국 2024-10-21 22:09:57

[광주=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 예보도 꾸준히 있었다. 그럼에도 경기를 강행했다. 결국 한국시리즈 최초 서스펜디드 게임(추후 일정을 정해 끝마치기로 하고 종료를 선고한 경기)이 결정됐다. 한국시리즈를 보러 온 관중들이 경기 결과를 끝까지 확인하지 못하고 경기장을 떠나는 사태가 발생했다.

KIA와 삼성은 21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펼쳐진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1차전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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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6회초 무사 1,2루까지 진행됐다. 삼성이 6회초 김헌곤의 솔로포를 앞세워 1-0으로 리드 중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쏟아지는 비로 인해 우천 중단됐고 KIA의 6회말 공격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서스펜디드 게임이 성립됐다. 강우콜드는 이닝이 종료되어야 이뤄진다.

KBO 관계자는 이에 대해 “동일구장이기 때문에 내일(22일) 2차전 경기전에 6회초부터 경기를 재개한다. 경기 시간은 오후 4시”라고 밝혔다. 결국 이날 경기장을 찾은 수많은 관중들이 경기 결과를 확인하지 못한 채 경기장을 떠나게 된 것이다.

이는 경기 결과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선 삼성 선발투수인 원태인은 이날 5이닝 동안 66구를 던졌다. 최소 2이닝, 많게는 3이닝을 더 투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경기가 중단되면서 더 이상 던질 수 없게 됐다. 한국시리즈의 향후 일정을 고려해봤을 때, 22일이나 23일에 투입시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은 고스란히 에이스를 잃어버린 채 남은 이닝을 치를 수밖에 없다.

KIA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축제가 되어야 할 한국시리즈에서 서스펜디드 게임 시작 시간이 낮경기가 될 경우, 홈경기 관중들을 불러모으지 못할 수도 있다. 평일 낮경기이기 때문이다. 이는 홈 어드밴티지를 누려야 할 KIA에게도 큰 악재이다.

경기 시작 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연합뉴스 경기 시작 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연합뉴스

사실 이날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는 개시 시간 전부터 비가 쏟아졌다. 오후 6시경 빗줄기로 인해 방수포를 설치했고 이후에도 2차례나 그라운드에 방수포를 깔았다. 그만큼 경기를 강행하기에는 어려운 날씨였다.

그럼에도 오후 7시36분 경기를 강행했다. 경기장은 미끄러웠고 3회를 지나 내,외야에 물 웅덩이가 고였다. 비 예보도 꾸준히 있었다. 결국 6회초 진행 중 경기가 중단됐고 서스펜디드 게임이 발생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일찌감치 취소를 결정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물론 한국시리즈는 중요한 무대다. 2004 한국시리즈 9차전 쏟아지는 비 속에서도 경기를 진행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당시엔 9차전이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경기였고 이날 1차전을 달랐다. 오히려 한국시리즈가 중요한 무대였다면 선수들이 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줘야 했다. 그런데 궂은 날씨, 미끄러운 그라운드에서 경기를 치렀다.

한 시즌 최고의 팀을 가리는 한국시리즈 무대. 그런데 1차전을 찾은 양 팀 관중들은 경기 결과도 확인하지 못하고 경기장을 떠났다. 선수들은 부상 위험 속에서 경기를 치렀다. 이날 경기 강행은 KBO리그 팬들에게 환영받지 못할 잘못된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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