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가곡으로 서로 더 이해하기를…가사 말고 곡 속 감정에 집중"

연합뉴스 2024-10-21 18:00:37

피아니스트 하르트무트 횔 "독일 가곡은 피아노·성악의 실내악"

제자 한경성과 가곡음반 발매…강릉·통영 이어 22일 서울서 공연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모든 인류는 동일한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을 뿐이죠. 독일 가곡을 통해 서로가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요."

지난 14일 제자인 소프라노 한경성(45)과 가곡 음반 '달빛 노래'를 발매한 독일 피아니스트 하르트무트 횔(72)이 22일 서초구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제자와 함께 독일 가곡 무대를 선보인다.

공연을 하루 앞둔 21일 서울 강남구 클래식 음반 전문 매장 풍월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횔은 독일 가곡에 대한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1982년부터 1993년까지 독일의 전설적인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의 반주자로 활동한 횔은 독일 가곡에 대한 이해가 가장 깊은 피아니스트로 유명하다. 2007년부터 독일 카를스루에 국립음대 총장을 역임하고 있다.

답변하는 횔과 한경성

그는 "피아노 반주에 맞춰 성악가가 노래를 부르는 독일 가곡은 결코 단순한 음악이 아니다"며 "피아니스트와 성악가 두 예술가가 함께 파트너를 이뤄 대화하고 연주하는 실내악"이라고 강조했다.

독일어로 된 가사 탓에 독일 가곡을 어렵게 여기는 한국 관객들에게는 곡에 담긴 감정에만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횔은 "예를 들어 '죽음'이라는 독일어 가사를 부를 때는 정확한 독일어 발음도 중요하지만, 몸동작 등으로 죽음의 의미와 감정을 정확하게 전달해줘야 한다"면서 "그러면 굳이 가사를 모르더라도 곡이 담고 있는 의미가 관객에게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앨범을 주제를 '달'로 정한 것도 독일 가곡에 대한 횔의 소신과 무관하지 않았다. '달빛 노래' 앨범에는 슈베르트의 '달에게'와 '별빛 비치는 밤'을 비롯해 한국 가곡인 '반달'과 '가을밤' 등 '달'을 주제로 한 20개의 가곡이 실렸다.

이에 대해 횔은 독일 가곡의 뿌리를 이루는 정서인 '그리움'과 '사랑'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소재가 바로 '달'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달은 '그리움'과 '사랑'이라는 감정과 깊은 연관이 있다"면서 "독일 가곡 전반에 흐르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은 '중독'이라는 의미가 포함된 '해소될 수 없는 그리움'을 뜻한다"고 말했다.

함께 앨범을 내고 공연도 하는 한경성과는 20년 전 독일에서 사제 관계로 첫 인연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날 함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한경성은 스승에 대해 "나뭇가지 사이로 새어 나오는 아름다운 빛을 보게 해준 존재"라며 극찬했지만, 횔은 "스승과 제자가 아닌 동등한 두 명의 예술가로 봐달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서로 만난 지 오래됐고, 이제는 둘 다 나이가 들었다"면서 "끊임없는 연습보다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자유롭게 의사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간담회에 앞서 한국가곡 '반달'을 시연하는 한경성과 횔

지난 19일과 20일 강릉아트센터와 통영국제음악당에서 두 차례 무대를 선보인 횔은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을 끝으로 내한 일정을 마무리한다. 22일 공연에서는 슈베르트의 가곡과 한국 가곡 외에도 멘델스존의 '잠 없는 눈의 태양'과 '오월밤', 슈만의 '말없는 연꽃'과 '달은 고요히 떠올랐다네'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횔은 "20일 통영 공연에서 수많은 관객이 '브라바'를 외쳐주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다"면서 "서울 공연에서도 예술가와 관객의 강한 친밀감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