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압박 강제폐쇄 위기에도…대만 "남아공대표처 이전 계획 없다"

연합뉴스 2024-10-21 16:00:30

"중국, 작년 8월 시진핑 남아공 방문 때부터 계속 압력 행사"

남아공 수도 프리토리아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는 중국의 압박으로 인해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주재 대만대표처가 현지 수도에서 쫓겨날 위기인 가운데 대만 정부는 해당 대표처의 이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21일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린자룽 대만 외교부장(장관)은 이날 대만 입법원(국회)에서 "남아공 수도 프리토리아에 있는 우리의 대표처는 여전히 운영 중이고 수도에 계속 있을 것"이라면서 이같은 내용을 남아공 정부에 알렸다고 말했다.

린 부장은 남아공 정부가 1996년 중국과 수교 의사를 밝힌 후 1997년 대만과 체결한 협정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해당 협정은 대만이 남아공과 단교 후에도 대표처를 프리토리아에 계속 둘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고, 남아공도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 대표 사무소를 두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아공은 1998년 1월 대만과 단교했으며, 이후 대만은 프리토리아에 대만대표처를 설립했다. 미수교 국가의 대표처는 사실상 대사관 또는 영사관 역할을 한다.

린 부장은 남아공이 법적으로 해당 협정을 준수해야 한다면서 외교부가 그러한 분명한 입장을 남아공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주 대만 외교부는 남아공 정부가 중국의 압력으로 이달 말까지 프리토리아에 있는 대만대표처를 차로 약 50분 거리인 요하네스버그로 이전하라고 통지했다고 밝혔다.

대만 외교부는 그러한 요구는 양국 교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남아공 정부가 이를 철회하도록 계속 설득하고 있다고 중앙통신사에 밝혔다.

린 부장에 따르면 남아공 정부는 지난해 8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3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남아공을 방문한 후 프리토리아에 있는 대만대표처의 이전을 처음 요구했다.

또한 그로부터 며칠 후 베이징에서 개최된 제3회 중국-아프리카 평화안보포럼에는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 참석했고, 중국은 계속해서 압력을 행사했다.

이어 올해 4월 남아공은 공식적으로 프리토리아의 대만대표처를 10월 말까지 이전할 것을 요구했고, 이달 7일에는 대만대표처에 해당 기한까지 이전하지 않을 경우 대표처를 강제 폐쇄할 것이며 협상의 여지는 없다는 최후통첩을 보내왔다.

린 부장은 지난 몇 달간 미국, 일본, 체코 등 같은 마음을 가진 국가들이 남아공이 결정을 뒤집도록 설득해왔고, 남아공 현지 언론과 정치 지도자들도 그러한 결정에 우려를 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법치 국가인 남아공 정부가 대만과 체결한 협정을 준수하기를 여전히 바란다고 밝혔다.

린 부장은 아울러 프리토리아 대표처가 강제 폐쇄될 경우에 대비한 비상 계획도 마련했다면서 그중에서 타이베이에 있는 남아공 대표 사무소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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