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배경 된 제주4·3 다크투어 개발

연합뉴스 2024-10-21 12:00:29

제주도, 4·3과 소설 주제 '국제문학 세미나'도 계획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노벨 문학상에 빛나는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와 연계한 제주4·3후속 사업이 추진된다.

4·3 다룬 한강 소설 제주서 뜨거운 관심

제주도는 제주4·3과 한강의 소설을 주제로 국제문학 세미나를 개최하고 소설 배경인 중산간 마을·학살터 등의 4·3 유적지에 대한 다크투어(역사 탐방)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에는 제주4·3 당시 '해안에서 5㎞ 이상 들어간 중산간지대를 통행하는 자는 폭도로 간주해 총살한다'는 조치(소개령)와 계엄령 선포에 따른 중산간 마을 초토화 작전 등으로 인해 희생된 주민의 이야기가 다뤄졌다.

제주 서귀포시 가시리 등 중산간 피해 마을에는 4·3 유적지들이 산재해 있다.

현재도 4·3 당시 초토화작전 등으로 마을이 불탄 후 사라진 '잃어버린 마을' 유적지와 학살터인 정방폭포 인근 소남머리·성산일출봉 주변 터진목, 수용시설인 주정공장 터, 주민들이 동굴로 숨어든 큰넓궤·다랑쉬굴 등이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평화를 꿈꾸는 역사탐방 유적지로 활용되고 있다.

또 동광마을, 의귀마을, 북촌마을, 금악마을, 가시마을, 오라마을, 소길마을, 아라마을 등 8곳을 걸으면서 4·3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제주4·3길'에도 많은 탐방객들이 찾고 있다.

제주4·3사건 유적과 동백꽃

조상범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한강의 노벨상 수상이 제주4·3을 세계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하고 제주4·3기록물의 세계유산등재 추진이 탄력을 받게 됐다"며 "제주4·3 관련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작가와 접촉해보려고 하고 있지만 한강이 밝힌 소신이 있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지난 14일과 16일 '제주4·3기록물:진실과 화해에 관한 기록'을 주제로 각각 독일 베를린과 영국 런던에서 심포지엄을 열었다.

행사에는 현지 한국학 전문가, 역사, 경제,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현지 언론인, 학생 등 200여명이 참석해 제주4·3의 세계사적 의미를 되새겼다.

김종민 제주4·3 평화재단 이사장은 "4·3기록물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고 제주인들의 화해와 상생을 통해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과정이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과 맥을 같이 한다"며 "앞으로 이번 유럽 특별전을 계기로 제주4·3의 갈등 해결 과정을 세계적 기준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국제적 공감대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주4.3유적지 다랑쉬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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