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위한 옥시 출연금 50억원 10여년째 방치

연합뉴스 2024-10-21 12:00:28

이자 붙어 현재는 58억여원…"피해자 심리상담 등에 활용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옥시(옥시레킷벤키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지원을 위해 출연한 50억원이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보전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옥시가 10년 전 출연한 50억원에서 집행된 금액은 최초 사무국 운영경비 2천700만원이 전부다.

나머지 금액은 그냥 방치된 상황으로, 이자가 붙으면서 현재 잔액은 58억2천100만원에 달한다.

옥시는 2014년 3월 환경부와 환경부 산하 환경보전원(당시 환경보전협회)과 협약을 맺고 '급속히 호흡곤란으로 진행되는 원인 미상 간질성 폐 질환 환자와 가족을 지원'을 명목으로 50억원을 출연했다.

당시 기금출연협약서엔 법률적 문제와 법적 책임과는 무관하다는 내용이 명시됐지만 이 기금에서 지원금을 받으면 '합의'가 이뤄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판단에 피해자들은 기금을 받길 거부했다.

결국 현재까지 기금 운영위원회조차 구성되지 않아 기금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017년에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이 제정돼 이 법에 따라 기업의 출연금에 기반한 구제급여가 지급되기 시작하면서 앞서 옥시가 출연한 50억원은 '잊힌 돈'이 됐다.

지난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구제급여 지원을 위한 기업 분담금을 추가로 걷는 등 피해자를 지원할 재원이 넉넉하지 않기에 옥시 출연금 활용법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아울러 옥시 출연금이 활용되려면 기금운영위가 구성돼야 할 뿐 아니라 협약서 자체가 개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금 출연이 가습기살균제와 폐 질환 사이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알려진 피해자도 수백명 남짓인 시절에 이뤄져 협약서에도 '원인 미상 폐 질환' 등 당시 상황만 반영됐기 때문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정부가 공식 인정한 사람만 현재 5천800여명에 달한다.

강 의원은 "피해자들은 신체적 피해뿐 아니라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며 "환경부는 옥시 출연금을 바탕으로 피해자 심리상담과 구제를 도울 시스템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jylee2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