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40조원 경기도 금고 잡아라"...치열 경쟁 속 출연금 출혈경쟁 우려

데일리한국 2024-10-21 10:45:00
4대 은행 전경. 사진=각 은행 4대 은행 전경. 사진=각 은행

[데일리한국 손희연 기자] 은행권이 올해 하반기 지방자치단체 등 예산 규모가 큰 금고를 쟁취하기 위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자체 금고는 많은 규모의 예산과 기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들이 저원가성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특히 고객 유치는 물론, 은행 브랜드 홍보 효과도 있다.

다만 금융권 내에서는 은행들의 과도한 경쟁을 두고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금고지기 경쟁을 위해서 은행들이 과도하게 출연금을 쓰게될 경우 출혈경쟁으로 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하반기 부산시, 광주시, 경기도 금고 경쟁이 시작됐다. 오는 12월 말 금고 지정 약정이 끝나는 광주시와 부산시는 주금고(제1금고)와 제2금고(부금고)를 맡을 사업자를 선정했다. 

우선 지난 7일 광주시 1금고로 광주은행이 2금고는 기존 국민은행에서 농협은행으로 선정됐다. 광주은행은 지난 1969년부터 오는 2028년까지 60년 동안 1금고 자리를 지키게 됐다. 금고 약정 기간은 2025년 1월부터 2028년 12월까지 4년이다. 

광주시 올해 예산은 총 8조2100억원이다. 광주시 금고를 맡게 된다면 8조원 규모의 예산과 기금을 관리하게 되는 셈이다. 이번 광주시 1금고 입찰에는 광주은행과 국민은행이, 2금고 입찰에는 국민·농협·우리·기업은행이 참여했다. 

이어 지난달 부산시는 1금고에 BNK부산은행을 2금고에는 국민은행을 선정했다. 부산은행은 1969년 이후 55년간 부산시 주금고 자리를 지켰다. 

15조원 예산에 달하는 부산시 금고 쟁탈전은 치열했다. 통상 1금고 입찰에는 2개 금융기관이 참여했는데 이번에는 3개 금융기관이 참여하면서 3파전을 이뤘다. 이번 부산시 1금고 입찰에는 부산은행, 국민은행, 기업은행이, 2금고에는 국민은행, IBK기업은행이 참여했다. 부산시 1금고 경쟁이 치열해지자 과당경쟁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부산시에 이어 올해 하반기 최대어 금고로 통하는 경기도 금고에도 이목이 쏠린다. 경기도 예산은 40조원에 달한다. 현재 경기도 1금고는 농협은행이 2금고는 국민은행이 맡고 있다. 경기도는 이달 중 입찰 공고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금고 입찰에는 기존 금고지기였던 농협은행, 국민은행 뿐만 아니라 주요 은행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자체 금고 경쟁이 치열한 이유에는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이르는 저원가성 자금을 보유할 수 있고, 잠재고객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금고에 선정되기 위해 과도한 경쟁을 펼치는 것을 두고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은행권 사회활동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대 시중은행 지자체 출연금은 총 1911억7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이 1168억20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우리은행 344억4500만원, 국민은행  291억8900만원, 하나은행 107억1600만원 순이었다.

통상 부산시, 광주시 처럼 지방자치단체의 금고는 해당 지역 거점 지방은행들이 맡아 왔는데 시중은행들이 입찰에 참여하면서 지방은행들은 난색을 표하기도 한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지방금융지주 회장, 지방은행장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지방은행들은 지자체 금고 선정 시 은행의 지역재투자평가 결과를 적극 반영해 줄 것을 희망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자체‧지방은행과 협의체를 구성해 시도금고 선정 시 과당경쟁을 방지하고, 지방은행이 지역과 동반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지자체 금고뿐만 아니라, 국방부의 '나라사랑카드 3기' 사업자 선발에도 은행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나라사랑카드 사업은 군인공제회C&C가 운영 중이다. 나라사랑카드 사업을 맡게되면 연간 20만 이상 고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나라사랑카드 사업자는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