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석수선의 K-디자인 이야기…다문화가족 서비스 디자인

연합뉴스 2024-10-21 00:00:33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K컬처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석수선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

2023년 출입국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 수가 역대 최대인 약 226만명에 달한다. 작년 말 기준 결혼이민자는 전년 대비 3.1% 증가한 17만4천895명으로 집계됐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는 인구 감소와 저출산이라는 중대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으며, 여러 지역 사회의 존속이 위협받고 있다.

지방 정부들은 인구 유출을 방지하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국제결혼은 점차 자연스러운 혼인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국제결혼으로 형성된 다문화가족의 20%가 농촌에 거주하며, 이들은 지역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 되고 있다.

결혼 이주 여성을 비롯한 다문화가족 구성원의 사회통합은 국가적인 과제가 됐고, 여러 정책과 지원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일자리 찾는 결혼이주 여성들

그런데도 이주민은 여전히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결혼 이주 여성은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과 마주한다.

새로운 환경으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와 한국어 미숙으로 인한 의사소통 장애, 음식과 문화 차이, 그리고 출산과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이 매우 크다.

결혼 이주 여성의 정착을 위해 다문화 적응, 사회적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질성과 다양성을 극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결혼 이주 여성의 출신국에 따른 한국 생활 적응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나타나므로, 세심하게 반영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 결혼 이주 여성의 의료서비스 현황

현재 우리나라 결혼 이주 여성은 국가 주도의 산전 관리와 교육을 포함한 다양한 의료혜택을 한국 여성과 동일하게 제공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정보 접근성이 낮은 환경에 있는 이주 여성들이 이러한 혜택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다문화 사회에서 여성 이주민은 복지 영역에서 소외되기 쉽고, 의료 서비스 접근도 어렵다. 의료 기관 이용 시, 이주 여성들은 통역 지원 없이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고 의사의 설명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일부 의료진의 전화 통역에 대한 비협조적 태도도 결혼 이주 여성이 의료 서비스를 받는 데 장애가 된다. 이러한 문제는 이주 여성의 건강권을 위협하며, 필수적인 의약품, 검진, 치료 등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주민의 질병 예방과 건강 유지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차원의 개입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서울 서초구 '외국인 건강축제 한마당'

이주민의 건강과 자녀의 바른 성장을 위한 양육 환경의 조성은 한국 사회의 중요한 과제다.

단순히 어려움을 해결하는 차원을 넘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평등하고 인간다운 삶을 누리게 하기 위한 기본적인 추진 방향이다.

임신한 여성은 산부인과 방문 시 다양한 임신과 출산 정보를 담은 임산부 수첩을 받는다. 국가에서도 임산부와 영유아의 건강 정보를 위해 '임산부 수첩'과 '아기수첩'을 제작했다.

이 수첩은 9개 언어(한국어, 러시아어, 베트남어, 일본어, 중국어, 캄보디아어, 영어, 태국어, 필리핀어)와 점자로 제공돼 전국 보건소와 의료기관에서 배부하고 있다.

하지만, 수첩의 낯설고 복잡한 용어와 텍스트 중심의 정보는 이해와 기억에 어려움을 주며, 형식상 휴대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있다.

그래서 모바일 앱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주로 한국어와 일부 주요 언어로만 번역돼 모든 이주 여성이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임산부수첩 (2023년 제작)

인구보건복지협회 아기수첩 (2023년 제작)

연구에 따르면 중국, 필리핀, 베트남 등 아시아 출신 이주 여성은 한국 여성보다 고위험 신생아 출산 비율이 높다. 영양 상태의 부족, 생활 습관, 산전 관리와 같은 충분한 임신 정보와 건강 관리 부족 때문으로 보인다.

다문화가정 맞춤형 소방안전교육

과거 연구에서 임신 중 영양 공급 부족과 정보 접근성이 부족한 이주 여성이 많았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실질적인 교육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출산 예정일까지 정기 검진과 적절한 시기에 산전 관리를 제공하면 고위험 신생아 출산 비율은 낮아질 수 있다.

또한, 국내 미등록 이주민과 건강보험 미가입 이주민은 10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이들 중 0세~5세 미등록 영유아 수는 추정이 어려우며 공적 의료보장제도에서 제외돼 있다.

보건복지부의 '외국인 근로자 의료지원 사업'은 대상자 확인이 까다롭고 이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도 적다. 경기도 외국인 인권 지원센터 조사에 따르면, 미등록 이주 아동 부모의 52.1%가 병원을 방문할 수 없었으며, 그 주요 이유로는 높은 병원비(39.3%), 의사소통 어려움(17.6%), 신분 노출 불안(7.6%)이 있었다.

특히 비정규 체류 상태의 이주 여성은 강제 추방 위협이라는 불안 요소로 인해 안전한 임신과 출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심리적, 신체적 불안정성은 신생아에게도 영향을 미쳐 유산, 사산, 미숙아 출산, 신생아 질환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이주민 지원단체 '이주민과 함께'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지원한 이주 아동 9명 중 8명이 5세 미만 영유아였고, 그중 6명이 신생아 중환자였다.

각 지자체는 다문화센터와 건강가정지원센터를 통해 다문화가족에게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임산부에게는 출산 교실에서 임신 관리, 태교, 분만법 등 유용한 정보를 나눌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국적의 이주 여성은 정보 검색과 이해가 어렵고, 제도가 있음에도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건강가정지원센터에는 통·번역사가 있지만, 모든 산모에게 지원할 수는 없다.

여성에게 가장 힘든 순간임과 동시에 가장 행복한 순간이기도 한 출산은 모든 여성에게 공포나 어려움을 느끼는 경험이 아니라 진정한 기쁨을 느낄 경험이 돼야 한다.

낯선 환경에서 대부분의 이주 여성은 질병 치료와 관련한 정보를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하더라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 또한 의료진은 짧은 진료 시간 안에 복잡한 내용을 쉽게 설명하기 어렵다. 모든 이해관계자가 정보에 쉽게 접근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문제가 큰 의료 커뮤니케이션을 개선하기 위해 디자인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특히 정보 디자인(information design)은 데이터를 차트나 그래프로 시각화해 정보 접근성을 높인다. 인포그래픽은 정보를 시각화해 빠르게 이해할 수 있게 돕고, 스토리텔링과 시각 표현을 통해 정보를 쉽게 전달한다.

시각적으로 명확한 정보는 이해력을 높이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아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한다.

따라서, 비주얼 가이드와 번역 카드를 통해 임신 및 산후 관리 절차를 쉽게 설명해야 한다. 또한, 그림이나 아이콘을 포함한 번역 카드로 환자가 증상이나 우려를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의료 환경에서 관련된 정보를 사용자에게 잘 전달하고, 인지한 정보를 통해 그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행동을 유도해야 한다. (계속)

석수선 디자인전문가

▲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박사(영상예술학 박사). ▲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 ▲ 한예종·경희대·한양대 겸임교수 역임.

<정리 : 이세영·성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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