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결핵 앓으며 일했던 14세 찻집 소년…홍콩 최고 갑부로 성장

연합뉴스 2024-10-20 09:00:32

리카싱 청쿵그룹 창업자 조명한 신간 '무한의 부'

홍콩 최고 갑부인 리카싱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채 14살의 그는 일거리를 찾아 거리를 배회했다. 폐결핵으로 숨진 아버지를 대신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자리는 쉽게 잡히지 않았다. 해가 지고 발에 물집이 잡히도록 돌아다녀도 일을 구할 수 없었다.

"어떤 가정은 행복하고 부유한데, 왜 나는 이렇게 태어났을까? 세상은 왜 이토록 불공평한가."

그는 출세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일했다. 찻집, 철물공장, 플라스틱 공장 등을 두루 거쳤다. 남들보다 1시간 더 일하겠다는 마음으로 새벽부터 출근했고, 늦은 밤까지 일하고 공부했다. 그리고 결국 성공했다. 2023년 포브스 기준으로 자산규모만 52조원에 달하는 홍콩 최고 부자 리카싱(96) 청쿵(CK·長江)그룹 창업자 얘기다.

최근 출간된 '무한의 부'(필로틱)는 리카싱 전 회장의 삶과 투자원칙, 경영 철학을 담은 책이다. 홍콩의 경제 전문 작가이자 마케팅 전문가인 왕징이 리카싱이 걸어온 삶의 족적과 인생철학을 소개한다.

리카싱은 14세에 찻집에 취직한 후 새벽 5시 이전에 출근했다. 15시간을 일하고 퇴근하고 나선 매일 밤 광둥어와 영어를 공부했다. "홍콩에 뿌리를 내리려면 홍콩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광둥어와 영어를 반드시 익혀야 한다"는 아버지의 생전 조언 때문이었다. 중국 본토 출신인 리카싱은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지만, 평생 책과 잡지를 읽으며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했다.

홍콩의 야경

잘 먹지 못하고, 무리하게 일과 공부를 병행하다 보니 병마가 찾아왔다.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몬 폐결핵이었다. 약을 구할 돈이 없었던 리카싱은 의서를 보며 자가 치유에 나섰다. 새벽에 일어나 맑은 공기를 마셨고, 기운이 없을 땐 소금물을 먹었다. 생선 내장이 좋다고 들어 구역질을 참으며 먹었다. 그렇게 1년을 치료한 끝에 폐결핵을 "기적적으로" 극복했다.

성실한 소년 리카싱은 직장에서도 빠르게 인정받았다. 하지만 안주하지 않았다. 그는 늘 새롭게 도전했다. 철물공장을 그만둔 후 플라스틱공장으로 이직했다. 철물공장 총지배인이 됐지만, 철물에서 플라스틱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변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공장으로 이직한 지 1년 만에 그는 사내 판매 실적 1위를 달성했다. 2위와는 7배 차이가 나는 압도적인 실적이었다. 그러나 돈을 더 주겠다는 회사의 제안을 뿌리친 채 2위 사원과 같은 금액의 보너스를 받았다. '큰 나무는 바람을 많이 맞는다'는 교훈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스무살에 불과했지만, 노인의 지혜와 마음을 이미 갖추고 있었다.

"사람의 질투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나는 팀과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보너스를 받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리카싱

리카싱은 거듭된 성공으로 회사의 이인자 자리에 올랐으나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회사를 차렸다. 플라스틱 회사로 시작해 여러 고난을 겪었지만, 결국 그는 모든 환난을 이겨냈다. 성공을 이끈 법칙은 간단했다. 그는 말을 뱉으면 반드시 지켰고, 신용을 가장 우선시했으며, 자기 전에는 반드시 30분간 독서를 했다.

그는 "인간 운명의 30%는 하늘이 점지해준다면, 70%는 나의 노력에 달렸다고 믿는다"며 실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성실하게 일하고, 꾸준히 공부하다 보면 누구나 최소한 '작은 부자'는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 삶은 끊임없는 도전의 연속입니다. 전진하는 순간에도 후퇴할 준비를 하고, 후퇴할 때도 다시 전진할 용기를 가지십시요.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고,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우성 옮김. 360쪽.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