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학급 경건회·성가경연대회' 운영, 종교자유 침해"

연합뉴스 2024-10-20 08:00:28

서울교육청 인권센터 권고안 나와…학교장에 "참여 강제하지 말아야"

"'종교 자유' 학생인권조례서 보장"…교육감에도 감독 강화 요청

서울시교육청 전경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일반 고등학교에서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급별 예배나 성가합창대회 등을 운영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의 권고안이 나왔다.

20일 서울시교육청과 학생인권교육센터에 따르면 센터는 서울지역 한 사립고교 재학생이 제출한 학생인권침해 구제신청을 조사한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신청인은 학교가 동의하지 않는 교육과정 외 활동을 강요하고 각종 학내 행사에 학생, 교사, 보호자를 동원해 학생인권조례가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와 정규 교육과정 외 교육활동의 자유를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제16조(양심·종교의 자유)는 학교가 학생에게 특정 종교과목 수강이나 종교행사 참여 등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센터 조사 결과 해당 학교는 '2024학년도 교육계획' 내 학사 일정상 전교생 대상의 종교 예배를 연간 약 22회 운영했다.

종교 관련 활동으로는 모든 학생이 참여하는 '성가경연대회'와 희망자를 대상으로 한 '성경퀴즈골든벨'이 있었다. 두 개의 활동 실적은 생활기록부에서 교사가 기록하는 행동특성 사항으로 기재된다.

학사일정에 포함되지 않은 예배활동으로는 '학급 경건회'를 운영했다. 이는 학급별 조회 시간을 이용해 찬양과 기도를 드리는 활동이다.

센터는 성가경연대회와 학급 경건회는 학생의 참여 의사를 사전에 확인하거나 선택권을 부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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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는 1학년생 교육과정에 종교 과목을 개설하고, 전체 7개 학급 중 6개 학급에는 종교 과목을, 나머지 1개 학급에는 철학 과목을 배정했다.

이는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한 듯 보이나, 철학 과목 배정 학급이 1개뿐인 점에서 '종교 과목 운영을 위한 형식 행위'라고 센터는 판단했다.

학교 측은 "기독교 정신에 따라 설립된 미션스쿨로서 이런 사실을 학교 안내 자료 등을 통해 사전에 알린 바 있으며, 학생들 역시 이를 인지하고 지원했다"고 해명했다.

또 "단체생활에서 일일이 선택권을 부여할 경우 관리의 어려움이 있고, 불편을 느낀 학생의 개별 요청이 있으면 도서관에서의 자습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센터는 "해당 학교는 일반 고교이고, 학생 배정은 거주지와 종교 등을 고려해 교육감이 선발해 이뤄진다"며 "종교가 고려의 대상이기는 하나 최우선 반영하는 게 아니라서 비희망 학생도 학교에 배정되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학교장에게 "종교과목 수업과 각종 예배 등 종교활동 참여에 대한 학생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부여하고, 특정 종교 주제의 교내 대외 참여를 강제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에 따른 학생인권 교육을 시행할 것을 주문했다.

서울교육감에게는 "피신청학교를 포함해 종교 과목을 편성하거나 각종 예배 등 종교 활동을 운영하는 학교 현황을 상세하게 파악하고, 학생의 종교의 자유 보장을 위한 지도·감독을 강화해달라"고 요구했다.

학생인권교육센터는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를 바탕으로 서울 학생의 인권 증진을 위한 업무를 수행한다. 인권침해 구제신청이 들어오면 자체 조사를 통해 권고안을 낸다. 다만 이 권고안이 강제성을 띠진 않는다.

eun@yna.co.kr